※ 벚꽃여망 시나리오의 전반적인 진상과 스포일러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개변한 창작엔딩을 보았으니 그 점에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
🎹BGM(재생하고 감상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더보기
.
.
.
.
.
벚꽃이 만개한 거리.
오늘따라 더욱 활기찬 거리에 드리운 아침 해와 파란 하늘,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 바람까지 모든 것이 마냥 좋기만 합니다.
특히 오늘따라 기분이 더 좋은 이유는 미키에몬과의 데이트가 있기 때문 아닐까요?
바쁜 일상과 걱정거리들에 치여 지쳐 있던 찰나, 미키에몬이 갑자기 데이트 신청을 해왔습니다.
기분 전환 겸 벚꽃 구경이라도 어떠냐며 말이에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그야 몇 달 전부터 미키에몬이 당신과 틈만 나면 손깍지를 껴본다던가,
갑자기 당신에게 반지 사이즈를 물어보고는 했으니 말이에요.
최근 바빠서 만날 시간이 없을 것 같다던 미키에몬이 먼저 꽃을 보러 가자 한 것도 신경쓰입니다.
혹시 이거, 그건 아니겠죠?
하마 슈이치로:
아무래도 오늘 미키에몬이 프러포즈를 하려나 봅니다.
늘 미키에몬의 옆에 있었던 당신이라면 알 수 있겠지요.
그가 아무 이유 없이 반지 사이즈를 물어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에요.
지나는 길목마다 만개해 있는 벚꽃이 당신의 기분을 더욱 들뜨게 만듭니다.
아침에 눈을 뜨던 그 순간조차도 모두 행복하게만 느껴졌으니 이리도 좋은 날이 또 있을까 싶어요.
물론 프러포즈를 받지 못하게 된다 해도 오랜만에 그와 함께 하루를 보낸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기분이 좋습니다.
시계를 꺼내 보니 아직 약속 시간까지 조금 남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정신없이 걸어서인지 어느새 약속 장소 앞이네요.
약속 시간이 이렇게나 남았으니, 어디라도 들어가 있는 편이....
그렇게 생각한 찰나, 당신이 마주한 것은 이미 약속 장소 앞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미키에몬입니다.
그도 당신처럼 일찍이 이곳에 도착했나 봅니다.
허나 기분탓일까요?
오늘따라 그의 분위기가 평소와는 사뭇 다릅니다.
표정이 상당히 가라앉아 있네요.
한 눈에 봐도 프러포즈를 할 만한 분위기는 아니어 보입니다.
하마 슈이치로:
미키에몬은 어쩐지 안색이 좋지 않아보입니다.
어디가 아픈 것인지 걱정이 되네요.
분명 당신과 눈이 마주친 것 같은데도 그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눈이 마주친 건 기분탓이기라도 한 걸까요?
일부러 눈을 피한 것 같기도 하고..
에이..설마 아니겠죠.
더욱 가까이 다가가자, 미키에몬의 상태가 영 좋지 않다는 것을 확실히 직감할 수 있습니다.
평소와는 다른 그의 모습에 당신은 묘한 기분을 느낍니다.
하마 슈이치로:
=
우선 먼저 말을 걸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갑작스럽게 컨디션이 나빠진 것일수도 있으니 말이에요.
데이트보다는 미키에몬의 상태가 우선이니까요.
하마 슈이치로:저기...
타무라 미키에몬:온지 별로 안됐어.
하마 슈이치로:아, 응!
타무라 미키에몬:....그렇구나..
하마 슈이치로:오래 서 있었어?
타무라 미키에몬:(주춤하며 조금 물러났다) 아니..뭐, 딱히...
하마 슈이치로:......?
미키에몬은 평소보다 유난히 예민해보입니다.
사람이 바뀐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 만큼 말이에요.
그렇지만 당신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분명 미키에몬이 맞습니다.
그에게 똑같이 생긴 쌍둥이가 있지 않은 이상, 미키에몬임이 틀림 없습니다.
목소리 톤도, 특유의 어조도..
누가 그것마저 완벽히 흉내내겠어요.
하마 슈이치로:
미키에몬은 당신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직감 상, 그다지 좋지 않은 소식을 감추고 있는 것 같네요.
미키에몬이 당신에게 숨길 만한 일이 있던가요?
당신과 미키에몬 사이에 숨기는 일이라니....도대체 뭘까요?
미키에몬에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마 슈이치로:저기, 미키에몬!
타무라 미키에몬:....슈이치로.
하마 슈이치로:응?
타무라 미키에몬:우리..그만 헤어지자.
오늘은 행복한 데이트 날이 아니었나요?
꿈만 같습니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만우절 장난이었으면 좋겠고, 농담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프러포즈를 받을 줄 알고 신이 났던 불과 몇 분 전이 거짓말 같이 느껴집니다.
갑작스러인 이별 선고라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사랑한다 이야기해주던 미키에몬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하다니요.
말도 안 됩니다.
하마 슈이치로:
=
타무라 미키에몬:...(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하마 슈이치로:......
타무라 미키에몬:..잘못 들은 거 아니야.
하마 슈이치로:왜, ...왜?
타무라 미키에몬:뭐..뻔하잖아.
하마 슈이치로:내가 싫어졌어?
타무라 미키에몬:..어.
하마 슈이치로:왜......
타무라 미키에몬:....(인상을 구기며 눈을 질끈 감고)
하마 슈이치로:그래, 맞는 말이야......
타무라 미키에몬:..그러게. 나도 모르겠다.
하마 슈이치로:책임져달라는 한 적 없어...
타무라 미키에몬:그래, 나도 괜히 책임지지도 못할 거면서 입 바른 소리해서 미안했다.
하마 슈이치로:......
타무라 미키에몬:뭐.......지금와서 이런 식으로 헤어지자 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었다고...(비죽 웃으며)
하마 슈이치로:난 그다지 착한 사람이라기보다,
하마 슈이치로:(애써 웃으며)
타무라 미키에몬:알면 됐어. (휙 돌아섰다)
하마 슈이치로:미키에몬!
타무라 미키에몬:...!
하마 슈이치로:(미키에몬의 뺨을 두 손으로 붙들고 이마에 짧게 입맞추더니)
타무라 미키에몬:....(눈썹을 찌푸렸다) 이러지 마, 슈이치로..
하마 슈이치로:내가 그랬잖아.
하마 슈이치로:(슬프지만 맑게 웃어보이며)
타무라 미키에몬:윽.......아니야, 난....
하마 슈이치로:(밀쳐진 어깨를 손으로 조금 더듬으며)
미키에몬은 돌아서서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나버립니다.
저 멀리로 달려가는 그의 뒷모습을 우두커니 바라봅니다.
원래대로라면 지금 쯤 미키에몬과 두런두런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꽃 구경을 하고 있었겠죠.
갑자기 이별을 하게 되다니...
이렇게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를 하고 가버릴 거라면, 반지 사이즈를 물어보았던 이유는 무엇이었던걸까요.
너무나도 현실감이 없는 상황에 모든 것이 꿈 같기만 합니다.
그가 홀연히 떠난 자리에는 당신의 한숨만이 남아 있습니다.
곧 비가 올 것 같네요.
아까까지 맑았던 하늘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하마 슈이치로:.........
하마 슈이치로:나는, 나는......
미키에몬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여기에 이렇게 서서 울고 있기만 할 수도 없으니 슬슬 돌아가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우산도 없는 상태니까요.
.
.
.
.
집으로 돌아가는 길, 거리는 삭막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분명 아침과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음에도 풍겨져 오는 느낌은 사뭇 다릅니다.
흐려진 하늘 탓에 다들 건물 안으로 들어간 것인지 거리에는 당신밖에 없습니다.
이따금 당신의 옆을 지나쳐 가는 것은 나뭇잎과 꽃잎 정도.
그 순간, 갑자기 익숙한 벨소리가 울립니다.
당신의 핸드폰에서 나는 소리네요.
혹여나 미키에몬일까 싶어 확인해보니, 발신인은 타카마루씨입니다.
평소에 자주 연락하는 편은 아니었던 타카마루씨가 왜 갑자기 연락을 한걸까요?
그는 당신과 미키에몬, 둘 다 잘 알고 지내는 사이였으니...
혹시 미키에몬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귀띔을 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화를 받아볼까요.
하마 슈이치로:타카마루 씨... 무슨 일이시지...
사이토 타카마루:여보세요? 슈이치로군~
하마 슈이치로:여보세요, 타카마루 씨!
아까 있었던 일 탓인지 발랄한 그의 목소리가 조금은 반갑게 느껴집니다.
겸사겸사 미키에몬에 관한 것도 물어볼 겸, 그와 이야기를 나누어볼까요.
사이토 타카마루:저기 그게~ 오늘 무슨 일 있었을까나 싶어서.
하마 슈이치로:아, 에?
사이토 타카마루:다름이 아니고, 며칠 전에-
하마 슈이치로:아......
사이토 타카마루:엄청 고심해서 고르던데, 그걸 보니까 나도 덩달아 제일 멋진 걸로 해주고 싶은 거 있지~
하마 슈이치로:그,
사이토 타카마루:으음? 그렇구나.. 아직 안 전해준거구나...
하마 슈이치로:......그러게요, 이상하네요...
갑자기 타카마루씨가 긴가민가한 어투로 작게 중얼거립니다.
사이토 타카마루:그러고보니.. 미키에몬군 뭔가 요새 이상해보이긴 하더라.
하마 슈이치로:에?!!!
사이토 타카마루:에? 진짜 뭔 일 있었던거야?
하마 슈이치로:아니, 그게......
사이토 타카마루:응?
하마 슈이치로:이런 말하기 죄송하지만,
사이토 타카마루:아... 내가 뭔가 실례를 끼쳐버린 모양이네.
하마 슈이치로:아니에요!
사이토 타카마루:아니야~ 일단 들어가서 쉬어, 곧 비 올 것 같은데-
하마 슈이치로:넵, 연락 주셔서 감사해요 타카마루 씨!
전화를 끊고 난 후, 다시금 적막이 자리를 차지합니다.
생각해보니 타카마루씨가 했던 말...
방금 전 미키에몬에게서도 같은 위화감이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마치 당신이 알고 좋아했던 미키에몬이 아니라,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로....
미키에몬은 아무리 예민하고, 화가 난 상태에서도 당신에게 그렇게 비수박힌 말을 던지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하마 슈이치로:그만큼 헤어지고 싶어서 일부러 심하게 말했던 걸까...
무거운 발걸음으로 계속해서 집으로 향하던 그 때,
봄과는 어울리지 않는 고요의 무게가 느껴지는 그 거리에서, 당신은 유난히도 꽃잎이 풍성한 산벚나무 한 그루와 맞닥뜨리게 됩니다.
다른 나무에 비해 크기도 거대하네요.
하마 슈이치로:
어라, 기분탓일까요?
이 나무, 나무에 꽃잎이 달려 있다기 보다는 꽃이 나무를 집어삼킨 것처럼 보입니다.
자연의 순리대로 자란 벚꽃이라기에는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그 가짓 수도, 꽃잎 수도 많습니다.
생기가 도는 꽃잎과는 달리 나무는 시들시들해 보이기도 하네요.
벚꽃 나무를 지나 집 앞의 놀이터를 지나치는 순간입니다.
날씨가 흐림에도 아이들은 뭐가 그리 좋은 것인지 천진난만한 미소를 띠며 놀고 있습니다.
저 아이들, 분위기만 보아도 사귀는 사이인 것처럼 보이네요.
아이들도 저리 서로를 사랑하는데 미키에몬과 당신은 왜 이렇게 되버린 것인지 말문이 막힙니다.
아까의 일을 잊으려 해도 도저히 잊혀지지 않습니다.
이 모든 상황이 차라리 지독한 꿈이고, 당신이 그저 깊게 잠들어 깨어나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면...
???: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사색에 잠겨 걷고 있는데 저만치서 큰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소리의 출처가 놀이터의 아이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아이들은 소꿉 놀이를 하고 있나 봅니다.
들으려고 의도한 건 아니었으나 아이들의 목소리가 워낙 큰지라 의도치 않게 대화 내용을 듣고 말았네요.
하마 슈이치로:
아이1: 미안해, 헤어지자. 나도 헤어지기는 싫지만, 너를 위해서야.
어린 아이들의 소꿉놀이라 하기에는 상당히 심오한 대사들이네요.
저 대화를 듣고 나니, 문득 생각이 듭니다.
미키에몬이 헤어지자고 한 진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그가 했던 말들이 모두 진심이 아닐거라는 생각이 마음 한 켠에 자리 잡습니다.
어쩌면 방금 전, 소꿉놀이의 대사처럼 미키에몬에게도 말하지 못할 문제가 있었는지도 모르죠.
당신에게..아니, 당신이라서 결코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그런 문제 말이에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정신 없이 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집 앞입니다.
기대했던 데이트는 완전 망해버렸네요.
이대로 다시는 미키에몬을 만나지 못하는 것일까요.
집 안은 바깥에 비해 소음 하나 없이 적막으로 가득합니다.
창 밖은 몰려온 먹구름 탓에 어둑어둑해져 있네요.
시계가 가리키고 있는 시간은 오후 한 시.
무엇을 하며 남은 하루를 보내야 할지 막막합니다.
오늘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 밀려둔 일도 전부 해치워두었으니까 말이에요.
그 순간, 당신이 마주한 것은 어질러진 방 안입니다.
생각해 보니 아침에 나올 준비를 하다가 집을 어질러 놨었죠.
생각도 정리할 겸 이참에 대청소나 해볼까요?
하마 슈이치로:방부터 정리할까...!
방 한 켠의 창문으로 비 내리는 하늘이 보입니다.
벚꽃도 이제 다 떨어지겠네요.
꽃 구경도 제대로 못 해봤는데 아쉽습니다.
아침에 정신없이 나와서 그런지 방 바닥이 조금 어질러져 있습니다.
하마 슈이치로:아침에 옷 고른다고 옷장이 엉망이네...
당신의 옷이 걸려있는 평범한 원목 옷장입니다.
아침에 워낙 뒤적거린 탓인지 제대로 걸려있는 옷이 없고 옷가지들이 어지럽게 널부러져있네요.
아마 미키에몬이 이 광경을 봤으면 팔을 걷어 붙이고, 본인의 집인 양 정리해주었겠죠.
문득 미키에몬의 생각이 듭니다.
하마 슈이치로:
=
하마 슈이치로:시계가 왜 옷장에 있는 거야?
시계를 정리하기 위해 서랍을 열어보자, 수첩 하나를 발견합니다.
이게 무슨 수첩인걸까요?
수첩을 펼쳐보자, 누군가가 정갈한 글씨체로 쓴 일기가 작성되어 있습니다.
필체를 보아하니 당신이 쓴 건 아닌 게 확실하고, 아무래도 누군가가 당신의 집에 왔을 때 두고 간 물건인 것 같습니다.
하마 슈이치로: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걸까요?
일기엔 당신의 이름과 함께, 알 수 없고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하마 슈이치로:
=
하마 슈이치로:이게 뭐야...?
책상엔 노트북이 올려져 있습니다.
노트북을 켜보니, 전원을 깜빡 잊고 끄지 않았는지 바로 인터넷 화면이 켜집니다.
인터넷엔 여러 정보글들이 메인화면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벚꽃이 필 무렵이라 그런지 꽃 구경에 관한 정보글도 수두룩하네요.
키워드를 누르니 그에 관한 기사와 글들이 줄지어 나옵니다.
그 중에서도 제일 하단에 있는 글이 유독 눈에 띕니다.
아무래도 책 서평 같습니다.
‘이별’이라는 책의 대사들을 줄지어 적어놓은 듯 보입니다.
하필 책 제목도 왜 이별인지.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래로는 책의 줄거리가 이어져 있습니다.
이 책은 아무래도 주인공과 그의 연인에 대한 책인가보네요.
나름 문학상도 받은 책이라는데, 주인공의 이별 이유가 매우 독특했다고 합니다.
게시글을 더 스크롤해보면 책 속 주인공이 이별한 이유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마 슈이치로:
책 속 주인공이 이별을 한 이유는 자신의 연인을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아무리 연인을 위해서라도 그렇지..
방금 헤어진 사람의 입장에서는 조금 더 생각해볼 수 없었을까, 라는 기분이 듭니다.
미키에몬은 왜 당신에게 이별을 고했던 것일까요?
그가 당신에게 했던 말들 모두 진심이 아닐 거라 생각 하고 있지만..
만약, 정말 그가 한 말이 진심이고 다른 이유가 없다면..
당신은 이런 식의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나요?
방 청소는 대략적으로 끝난 것 같습니다.
다른 곳도 청소해보는게 좋겠어요.
하마 슈이치로:......
당신이 아침에 식사를 차려먹었었던 부엌입니다.
두 명이 들어오기에는 조금 좁은 느낌이지만, 예전에 미키에몬이 왔을 때 이 좁은 공간에 함께 들어와 같이 저녁을 차려먹기도 했었죠.
문득 다정했던 과거가 생각나 기분이 묘해집니다.
하마 슈이치로:
=
하마 슈이치로:설거지는 해뒀네.
하마 슈이치로:혼자서도 잘...
주방 용품들을 넣어놓는 용도의 선반이나, 사실 선반은 거의 텅 비어 있습니다.
그릇이나 다른 주방 용품들은 모두 거치대나 서랍에 보관하고 있어 따로 넣을 게 없는 탓입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없는게 당연할텐데, 무언가 이상합니다.
선반 구석에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하마 슈이치로:
아무래도 당신이 넣어놓은 것은 아닌 듯 한데요.
쪽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쪽지에는 꽤나 의미심장한 말들이 적혀 있습니다.
하마 슈이치로:..........
하마 슈이치로:이걸 미키에몬이 썼다면, 그렇다면......
부엌은 더 이상 청소할만한 다른 건 없는 것 같습니다.
하마 슈이치로:(거실로 가서 제대로 수첩과 쪽지를 비교한다.)
약간 휑한 듯 해도, 있을 건 모두 있는 거실입니다.
평소였다면 지금쯤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와 밝았을 테지만 까만 먹구름이 낀 오늘은 어둡기만 합니다.
하마 슈이치로:(심란한 마음에 쪽지와 수첩을 잠시 테이블에 내려둔다.)
심플한 원목 테이블입니다.
테이블 위에는…

당신과 미키에몬이 함께 찍었던 사진이 놓여 있습니다.
사진 속의 당신과 미키에몬의 모습은 매우 행복해보입니다.
하마 슈이치로:아........
테이블은.. 더 이상 볼 건 없는 것 같네요.
하마 슈이치로:진짜 너무...
하마 슈이치로:계속...
하마 슈이치로:티비라도 틀까...!
검은색의 모니터 크기 정도인 심플한 TV입니다.
적막이 감도는 분위기를 환기시켜보고자 TV를 틀고, 하염없이 채널을 넘깁니다.
오늘따라 재미있어보이는 프로그램도 없네요.
아니면, TV를 재미있게 볼 만한 기분이 아니어서 그런걸까요.
채널을 계속해서 넘기다보면 한 채널에서 뉴스가 흘러나옵니다.
원래 이 시간대에도 뉴스를 하던가요?
하마 슈이치로:
사건 현장을 중계해주는 화면 사이로 기자의 음성이 흘러 나옵니다.
기자: 자신의 연인을 살해하는 의미불명의 범죄가 늘고 있어 당국에서는…
뉴스에 따르면, 최근 자신의 연인을 표적으로 한 범죄가 늘었다고 합니다.
가해자들은 모두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하네요.
흉흉한 소식에 가라앉았던 기분이 더욱 침체되는 느낌입니다.
대청소를 모두 마쳤음에도, 기나긴 하루는 도저히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시계의 시침은 아직 초저녁을 가리키고 있으나 주변의 풍경은 새벽 분위기를 냅니다.
조금 지쳤던 것인지, 침대에 누우니 스르르 잠이 몰려옵니다.
이대로 잠시만 자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창 너머로는 아직 빗 소리가 들려옵니다.
지금 쯤 벚꽃은 이미 다 떨어졌겠죠.
침대에 멍하니 누워 있던 그 때, 당신의 핸드폰 알림음이 울립니다.
계정을 만들어놓기만 하고 푸쉬알림을 따로 꺼두지 않은 SNS 같네요.
SNS를 켜보자, 실시간 트렌드로 올라와 있는 기사 한 건이 보입니다.
하마 슈이치로:
기사를 차근차근 읽어보니, 기사의 맨 아래에서 다음과 같은 문장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읽고 나니, 핸드폰 배터리 잔량이 부족했는지 저절로 전원이 꺼집니다.
핸드폰을 충전해 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다른 곳에 정신을 몰두하며 미키에몬을 잊어보려 했으나,
이런 기사까지 읽게 되니 도저히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쯤 미키에몬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도 돌연 궁금해집니다.
미키에몬에 대한 생각을 지워야 하는 날이, 오히려 미키에몬을 가장 오랫동안 생각하는 날이 되어버렸네요.
물론 당연한 일입니다.
이렇게 갑작스레 이별을 맞이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어느덧 시간은 여덟 시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몸도 마음도 지친데다, 이제 더 이상 마땅히 해야 할 일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르지만 잠을 청해야겠어요.
이대로 자고 일어났는데 미키에몬이 옆에서 당신을 맞이해준다면 얼마나 기쁠까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가 다시 돌아온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아직도 당신은 미키에몬에 대한 생각을 놓지 못하고 있는데, 그는 어찌도 그리 빨리 당신을 놓아버린 걸까요.
생각이 많아질수록 정신은 점차 아득해집니다.
나른하고도 몽롱한 그 느낌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
수많은 생각의 무게 속에 유달리 무거운 눈꺼풀이 찬찬히 감깁니다.
의식이 뒤엉키는 듯한 느낌과 함께, 당신은 잠에 빠져듭니다.
몸이 가볍게 느껴집니다.
아마도 꿈 속인가 봅니다.
일찍부터 비가 내린 탓에 유독 고요한 풍경에는 적막이 감돕니다.
어느 정도 비가 잦아들자, 거센 바람도 차츰 약해집니다.
끝없이 어디론가 이어져있는 길을 걷다 보면, 벚꽃 나무 한 그루와 마주할 수 있습니다.
집에 오면서 보았던 그 산벚나무와 어쩐지 닮아 있습니다.
벚꽃이 나무를 집어삼킨 그 형태가,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분위기를 냅니다.
???: 슈이치로 형...
산벚나무 아래에서 당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어딘가 익숙한 그 목소리에 묘한 기분이 듭니다.
저 목소리,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으면서도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야 어린 아이의 목소리인걸요.
누군가를 연상케 하는 그 목소리를 따라 나무에 다가가다 보면 한 아이와 마주할 수 있습니다.
왜인지 모르게 아이는 낯이 익습니다.

기껏 해야 여덟 살 정도로 보이는 그 아이는 미키에몬과 무척 닮았습니다.
미키에몬이 어릴 때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에요.
아니, 미키에몬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나 외관도, 아이가 풍기는 분위기도 미키에몬을 완전히 닮아 있는걸요.
하마 슈이치로:
=
타무라 미키에몬?:형..(네 옷깃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하마 슈이치로:누, 누구...
타무라 미키에몬?:나랑 놀자, 슈이치로 형-
이윽고 눈 앞의 아이는 입을 뗍니다.
이 아이, 당신의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요.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 목소리는 왜 이리도 다정한 걸까요.
아이는 자신과 놀아달라며 어리광을 피웁니다.
미키에몬과 똑 닮은 아이가 갑자기 나타나 놀아달라고 하니, 어떻게 반응을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아이, 당신이 미키에몬의 얼굴에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라도 한 것 같습니다.
아이는 당신의 손을 잡아끌며 어디론가 향합니다.
하마 슈이치로:어어...!
가만히 따라와주는 당신을 보며 방실 웃는 아이의 모습에 묘한 감정을 느낍니다.
미키에몬이 이렇게 웃는 모습을 봤던 게 얼마 전인지 싶기도 하고, 이런 미소를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미련이 물밀듯 밀려옵니다.
미묘한 당신의 표정을 알아챘는지 아이는 근처에 있는 카페를 가리키며 당신에게 말을 겁니다.
타무라 미키에몬?:형, 나 저기 가고싶은데.. 데려다주면 안돼?
하마 슈이치로:응?
타무라 미키에몬?:(밝게 웃으며) 상냥해.. 슈이치로형. 정말 좋아.
아이가 수줍게 말하며 잡고있는 당신의 손을 살랑살랑 흔듭니다.
타무라 미키에몬?:나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많지 않아?
하마 슈이치로:...그래, 좋아.
아이에게서 미묘한 위화감을 느끼며, 당신과 아이는 카페에 함께 들어갑니다.
카페는 사람들로 붐비고있군요.
왼쪽 맨 끝, 창가자리만이 비어있네요.
자리에 앉자, 아이가 말합니다.
타무라 미키에몬?:물어보고 싶은 거 있으면 뭐든 물어봐도 돼.
하마 슈이치로:그러면,
타무라 미키에몬?:응, 내 이름은 타무라 미키에몬이야.
하마 슈이치로:미키에몬...
타무라 미키에몬?:..응! (방긋 웃으면서 쓰다듬어달라는 듯 머리를 숙였다)
하마 슈이치로:그럼 실례할게...!
하마 슈이치로:이때의 너를 만나봤으면 좋았을 텐데.
타무라 미키에몬?:나도 형 만나서 좋아.(뺨이 분홍빛으로 조금 달아올랐다)
그렇게 말하는 아이의 표정은 어딘가 시무룩해보입니다.
하마 슈이치로:...미키에몬은,
타무라 미키에몬?:슈이치로 형한테 말을 대신 전하기 위해서...
하마 슈이치로:...'미키에몬' 대신?
타무라 미키에몬?:저기..(살짝 입을 달싹이며 망설이다가) 슈이치로 형은, 미키에몬을..나를 좋아해?
하마 슈이치로:나는...
아이는 환하게 미소하며 이야기합니다.
타무라 미키에몬?:미키에몬은 행복하겠다.
하마 슈이치로:그랬을까?
타무라 미키에몬?:슈이치로 형. 정말 좋아해.
하마 슈이치로:어떤 말을...?
타무라 미키에몬?:형은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몰라..
하마 슈이치로:......
타무라 미키에몬?:나를...미키에몬을 마지막으로 만나러 가줘.
하마 슈이치로:내가... 그래도 될까...
타무라 미키에몬?:형은 나 다시 보기 싫어? (울먹)
하마 슈이치로:아니, 아니야!
타무라 미키에몬?:아마 나도 그럴거야, 형...
하마 슈이치로:나, 나는.......
하마 슈이치로:네가 보고 싶었어......
타무라 미키에몬?:응, 나도 정말로 보고싶어 할거야...
하마 슈이치로:...응, 그럴게...
타무라 미키에몬?:뭔데? 형이라면 뭐든 알려줄테니까 말해봐.
하마 슈이치로:사실, 미키에몬이 왜 날 좋아하는지를 모르겠다고 생각했어.
하마 슈이치로:너라면...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타무라 미키에몬?:그건, 간단하지만.....
하마 슈이치로:하하...
타무라 미키에몬?:난 말이야, 슈이치로 형이 그냥 형이라서 좋아.
하마 슈이치로:......으하하, 그렇구나...
타무라 미키에몬?:응, 나도 형 덕분에 사랑을 알게 된 것 같아.
아이가 말을 마치자 당신이 앉아있던 자리에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합니다.
아이는 이 상황이 놀랍지도 않은 듯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습니다.
곧 귀를 찢는 듯한 굉음이 들려오고, 동시에 눈 앞이 흐릿해집니다.
하마 슈이치로:미키에몬, 말해줘서 정말 고마워!
.... ... !
마지막 순간, 아이가 무어라 이야기한 것 같으나…
하마 슈이치로:
아이의 목소리가 아주 옅게나마 들립니다.
이번에도 온전한 말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다음 순간, 머리가 울립니다.
.
.
.
.
.
.
.
.
.
.
귓전을 스치는 이명과 함께 눈을 뜹니다.
현실보다도 더 생동감 있었던 꿈에 머리가 아파옵니다.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숫자 8을 지나고 있던 시침은 어느새 4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새벽 네 시입니다.
해는 아직 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창 밖의 풍경은 마냥 어두컴컴하기만 합니다.
어느새 비가 그쳐 창 너머의 벚꽃 나무에는 빗방울만이 이슬처럼 송글송글 맺혀 있습니다.
이제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알 것 같나요?
이대로 미키에몬과 헤어질 수는 없습니다.
그가 아직 전하지 못한 말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합니다.
허나 마냥 가기에도 머뭇거려집니다.
이대로 미키에몬에게 간다 해도, 그가 당신을 만나줄 것이라는 보장도 없으니까요.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하마 슈이치로:만나러 가야 돼!!!
당신은 미키에몬과 만나기로 결심했습니다.
꿈에 어린 미키에몬이 나온 것도 우연은 아닐 테니 말이에요.
미키에몬이 어디에 있을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 자신의 집에 있겠죠.
그를 만나기 위해, 당신은 걸음을 재촉합니다.
하마 슈이치로:새벽이라 민폐 끼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어제 비가 내려서 그런지, 길가는 떨어진 벚꽃잎으로 난장판이 되어 있습니다.
그 순간, 당신은 어제의 그 산벚나무와 다시 한 번 마주합니다.
어째서인지 그 나무의 꽃들만은 그대로입니다.
오히려 꽃의 가짓수만 더 늘어난 것 같습니다.
나무 줄기에도 듬성듬성 꽃이 피어있는 모습에 기괴함을 느낀 당신,
하마 슈이치로:
=
나무를 집어삼킨 꽃들을 뒤로 하고서 또다시 정신없이 걷다보면, 어느새 미키에몬의 집이 눈 앞입니다.
미키에몬의 집 앞에 도착하자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초인종입니다.
초인종을 눌러보았지만, 아무런 대답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문이 열려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어째서 미키에몬의 집 문이 열려져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그의 집으로 들어가 볼까요.
하마 슈이치로:(뭐지? 미키에몬답지 않아...... 새벽에 문을 열어두다니.)
집 안은 그저 고요하기만 합니다.
사람이 살았었나 싶을 정도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습니다.
우선 집 안을 살펴보며 그를 찾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집 문을 열어둔 채 있었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으니까요.
주변을 둘러보면, 모든 방의 문이 다 잠겨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갈 수 있는 곳은…
…정도 입니다.
하마 슈이치로:미키에몬의 방을 가려면...
적막이 도는 거실입니다.
미키에몬의 취향대로 꾸며져 있네요.
그를 잘 반영한 공간입니다.
지난번에 미키에몬의 집에 놀러왔을 때, 둘이 이곳에서 같이 영화를 보며 놀았었죠.
하마 슈이치로:...?
깨끗한 유리판 위로 당신의 모습이 비칩니다.
하마 슈이치로:이게 뭐지...?
동화책을 펼쳐보니, 11페이지짜리로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몽환적인 화풍도 그려져있군요.
어린 용사가 벚꽃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삽화입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HANDOUT ··벚꽃━━━━━━━━━━━━━━━━━─“꽃아, 내 왕자님을 돌려줘. 왕자님을 먹지 마.”
“그렇지만 난 배가 고픈 걸. 너는 뭘 해줄 수 있지?”
“이런 건 어때, 왕자님 대신 나를 집어삼켜. 나는 괜찮아.”
“좋아. 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는구나.”
어린 애들이 볼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음 페이지는 어쩐지 찢겨져 있어 기괴한 느낌이 더해집니다.
하마 슈이치로:
=
책장을 더 넘겨보자,
라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치 당신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쁩니다.
하마 슈이치로:(...뭐야......?)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환히 미소짓는 사진속 당신을 마주합니다.

하마 슈이치로:............
하마 슈이치로:미키에몬을 얼른 찾아야겠어.
수십 개의 책들이 꽂혀 있습니다.
주로 학술지가 많이 보이네요.
허나 어쩐지 알 수 없는 말들 뿐입니다.
책들 사이에서 얇은 파일 하나가 눈에 띕니다.
하마 슈이치로:
파일에는 처방전과 진단서가 꽂혀 있습니다.
이라는 문장이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진단서의 맨 위에 적혀있는 이름은, 다름아닌 미키에몬의 이름입니다.
미키에몬의 컨디션이 유독 좋지 않아 보였는데, 이 때문이었을까요.
미키에몬은 왜 이런 심각한 증상을 앓고 있었는데 말 해주지 않을 것일까요?
하마 슈이치로:호흡 곤란...?
하마 슈이치로:(파일을 대충 책장에 꽂아두고 급히 자리를 벗어난다.)
역시나 미키에몬의 취향대로 꾸며져 있는 방입니다.
아직 아침 해가 밝게 떠오르지 않았음에도 미키에몬은 이미 깨어나 있던 것인지, 침구류가 깔끔히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하마 슈이치로:어디 간 거지...
말끔히 정리되어 있는 책상입니다.
책상 위에는 달력이 놓여져 있습니다.
어제 날짜에 빨간색으로 동그라미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동그라미 안에는 반지가 그려져 있네요.
아마 미키에몬이 그려놓은 것 같습니다.
하마 슈이치로:.....
하마 슈이치로:반지는 어디에 둔 거지?
서랍은 총 두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마 슈이치로:(첫 번째 서랍을 연다.)
첫 번째 서랍을 열어봅니다.
텅 비어있는 서랍 안에, 고급스러운 재질의 상자가 하나 놓여 있습니다.
상자를 열어보니 그 안에는 흰색의 다이아몬드가 고급스럽게 박힌 반지가 들어 있습니다.
설마 이걸까요.
타카마루씨에게 도움까지 청하면서 어렵사리 골랐다는 반지가…
하마 슈이치로:예쁘다.....
두 번째 서랍을 살짝 열어보자, 서랍 구석에서 은회색의 무언가가 형광등의 빛을 받아 반짝거립니다.
서랍을 끝까지 열어보면, 그 물건의 정체는…
이런 게 왜 여기에 있는 걸까요?
칼의 옆에는 수면제도 놓여 있습니다.
하마 슈이치로:
이 수면제, 과다 복용 시 죽을 수도 있다고 얼마 전에 방송에서 소개되었던 것 같은데요.
..도대체 왜 이런 물건들이 미키에몬의 방 서랍에 보관 되어 있는걸까요?
하마 슈이치로:
=
하마 슈이치로:내가 가져가기도 위험하고...
당신은 식칼을 챙겨 미키에몬이 모를만한 곳에 숨겨뒀습니다.
하마 슈이치로:응?
침대 위에 올려져 있는 태블릿 PC입니다.
비밀번호가 따로 걸려 있지는 않네요.
전원을 켜보자, 미키에몬이 닫아두지 않은 기사 화면이 나옵니다.
어라? 이 기사는... 어제 잠들기 전, 당신이 보았던 기사와 똑같은 것 같네요.
....응? 기사의 내용이 당신이 읽은 것보다 더 있는 모양이군요.
읽어봅시다.
이제 더 이상 확인해볼 만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하마 슈이치로:......?
하마 슈이치로:미키에몬에게 직접 들어야 해...!
미키에몬의 방을 나서려는데, 방 문 뒤에 웬 수첩 하나가 떨어져 있습니다.
수첩의 안에는 글씨들이 빼곡히 차 있습니다.
차근차근 읽어볼까요.
어쩌면 미키에몬이 당신에게 숨겨두었던 사실을 알게 될 지도 모르니까요.
하마 슈이치로:이 글씨는...!
미키에몬은 호흡 곤란 증세가 상당히 심각했던 것 같습니다.
일기가 아직 더 남아있군요. 이어서 읽자면…
당혹스러운 내용 뿐인 일기의 내용에,
하마 슈이치로:
=
데이트 하루 전날의 것을 끝으로 일기는 더 이상 적혀 있지 않습니다.
충격적인 사실들의 열거에 머릿 속이 새햐얘져, 어떻게 반응해야할지도 잊고 있었던 그 때입니다.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타무라 미키에몬:슈이치로..?
당신의 뒤에 서 있는 것은, 수척해보이는 미키에몬입니다.
어제보다 더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 모습에 말문이 막힙니다.
무어라 이야기를 꺼내야 할까요.
지금까지 도대체 어디에 있었느냐고?
이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들이 사실이냐고?
타무라 미키에몬:왜 여기 있는거야?
하마 슈이치로:...헤어지자고 네가 말했으니까,
타무라 미키에몬:...너..그거 읽은거야?
하마 슈이치로:......그래, 읽었어.
타무라 미키에몬:..어떻게 말해. 내가.......
하마 슈이치로:그래서 상처 줬어?
타무라 미키에몬:...
타무라 미키에몬:괜히 너한테 상처만 주고..
하마 슈이치로:말했어야지.
타무라 미키에몬:....미안해 슈이치로.
하마 슈이치로:살고 싶은 게 뭐가 나빠!?
타무라 미키에몬:내가 살려면 네가 죽어야 한단 말이야, 슈이치로!
하마 슈이치로:웃기지 마, 미키에몬...
타무라 미키에몬:슈이치로, 내가 말 못한 이유가 뭔지 알아?
하마 슈이치로:나도 네가 나를 위해 죽는다고 해도...
타무라 미키에몬:나도 널 두고 떠나고 싶지 않았어.....
하마 슈이치로:알아, 들었어...
타무라 미키에몬:슈이치로, 정말 미안해.
하마 슈이치로:상처 받았어, 당연히
타무라 미키에몬:그러게, 왜 하필 우리일까.....
미키에몬과 당신의 두 눈에서 한 번 나온 눈물은 멈출 기세 없이 계속해서 흘러내립니다.
당신이 죽지 않으면 미키에몬이 죽게 된다니, 이런 잔혹한 선택지가 또 있을까요?
하마 슈이치로:미키에몬......
타무라 미키에몬:네 앞에서 죽기 싫었단 말이야.....
하마 슈이치로:이럴까 봐......
타무라 미키에몬:슈이치로, 나 아직도 널 사랑해.
하마 슈이치로:미키에몬!
타무라 미키에몬:아무래도 내가 널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죽어가나보다.
하마 슈이치로:(놀란 눈으로 미키에몬의 뺨을 쓸어내린다)
타무라 미키에몬:뭐야..결국..헤어져도 의미없는거네..
하마 슈이치로:...있잖아, 미키에몬.
타무라 미키에몬:.....
하마 슈이치로:아니야... 아니야.....
하마 슈이치로:나는 그때 그랬듯이...
타무라 미키에몬:...(손가락으로 당신의 이마를 톡 치며)
하마 슈이치로:네가 날 사랑하지만 않으면 되는 거잖아.
하마 슈이치로:알잖아!
타무라 미키에몬:우와.....-
미키에몬의 눈가 주위가 점점 어두워집니다.
하마 슈이치로:안 돼!
가쁜 숨을 겨우 내쉬고 있으며, 몸에 힘이 빠져가는 듯 보입니다.
하마 슈이치로:하지 마, 나를...
타무라 미키에몬:(고개를 저었다)
하마 슈이치로:네가 못하는 게 어딨어...
타무라 미키에몬:..미안해.
하마 슈이치로:싫어.......
하마 슈이치로:(조용히 눈물을 쏟아낸다)
타무라 미키에몬:끝까지 이기적이어서 미안해...
하마 슈이치로:이럴 줄 알았으면,
콜록,콜록-
미키에몬의 기침소리가 거칠어져갑니다.
곧 입에선 벚꽃과도 같아보이는 하얀 꽃잎이 하나, 둘…
당신의 머릿속에 문득, 지나치면서 계속 보았던 커다란 산벚나무가 생각납니다.
어린 미키에몬이 당신에게 하려고 했던 말은...
벚나무가 우리를 집어삼키지 않도록 만들어달라는 것이었을까요.
흉측한 그것은 워낙 날카로운지라 한 번 찔리면, 목숨이 위험해지겠죠.
만일 그것으로 당신이 죽게 된다면?
미키에몬은 확실히 살 수 있는 것일까요?
그렇지만 미키에몬이 그것을 바랄까요?
타무라 미키에몬:슈이치로, 난 널 사랑한 걸 후회하지 않아..
미키에몬이 말을 할 때마다, 바닥에 벚잎이 한잎씩 나부끼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미키에몬은 더 말을 잇지 않고....
하마 슈이치로:난... 후회해...
당신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편안한 표정으로 죽음을 맞이합니다.
하마 슈이치로:아으........
왜 하필, 우리일까요. 왜 우리였어야만 했던 걸까요...
마지막까지도 미키에몬은 당신을 사랑했던 걸 후회하지 않는다고 하고 가버렸습니다.
결국엔, 죽어야만 해결되는 문제라면....
차라리 이렇게 잔인하게 죽이지는 말지.
당신은 품에 안은 미키에몬을 더욱 와락, 세게 껴안습니다.
채 뱉어내지 못한 꽃잎들이 미키에몬에게서 떨어져나오기 시작합니다.
창 밖을 보니, 언뜻 벚나무 가지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벚꽃은 다 져버렸을텐데..왜일까요?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 커다란 산벚나무의 가지입니다.
산벚나무는 그 사이 더욱 더 몸집을 키운건지, 곧 창가까지 가지가 닿을 것 같은 기세로 커져가고있습니다.
하마 슈이치로:......
첫 번째 서랍 안엔, 당신이 망설이며 다시 돌려놓았던 반지가 담긴 상자가 있습니다.
상자를 열어보니 여전히 한 쌍의 다이아 반지가 아름답게 빛나고 있습니다.
원래라면 하나는 미키에몬의 손에, 하나는 당신의 손에 끼워졌어야 했던 거겠죠.
하마 슈이치로:(하나를 미키에몬의 약지에 끼우고,)
하마 슈이치로:끼워주고 갔어야지........
하마 슈이치로:으, 크흑......
하마 슈이치로:너무 사랑해서 걸리는 병이라면........
아...이건, 미키에몬이 겪었던 것과.....
창 밖의 산벚나무 가지는, 이제 더욱 무럭무럭 자라..
마을 하나를 뒤덮을 기세로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당신도 저 나무의 양분이 되어버린 것일까요?
조금 웃길지도 모르겠네요.
그야, 당신은 이미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는걸요.
하마 슈이치로:그래도...
그렇게 당신은, 미키에몬의 곁에서 천천히 눈을 감습니다...
.
.
.
.
또 몇 번의 여명이 밝아오는 시간에, 세간에는 두 사람에 대한 보도가 떠돕니다.
아마 한동안은 당신이 전에 봤던 기사들처럼 당신과 미키에몬의 이야기가 돌아다니겠죠.
기자: 다음 속보입니다. XX시의 한 자택에서 시신 두 구가 발견돼…
.
.
.
.
.




기준치: | 60/30/12 |
굴림: | 4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85/42/17 |
굴림: | 1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rolling 1d2
(
)
2
2

미키에몬?
언제 왔어?

빨리 왔네.

보고 싶어서...


안색이 별로 안 좋은데...
(미키에몬의 안색을 살피려 허리를 조금 숙이고 올려다보며)

괜찮아.

(평소와 다름없는 거리감인데도 어색해하는 미키에몬 때문에 당황한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4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 무슨 일 있어?
기분이 별로 안 좋아보여서.




rolling 1d3
(
)
3
3


그,
...내가, 잘 못 들은 거.....
......는, 아니겠지...?
(뜻밖의 이별 통보에 목소리가 자꾸 떨리다가 작아진다.)

헤어지자, 슈이치로.

납득이 안 돼......
왜 헤어지자는 건데?

너한테 더 이상.. (말끝을 조금 흐리더니)
설레이지가 않아서.
...이제 널 안 사랑한다고.
됐지?



......
내가, 못 배워서 싫어졌어?

솔직히 우리 둘이 어울린다고 생각 되진 않잖아.

나도...
......
사실, 네가 왜 날 좋아하는지를 모르겠다고는 내내 생각해왔어......
이제 너도 나를 안 좋아하니까,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영영 없겠구나...

널 왜 좋아했을까?
아무리 좋아한다 한들 네 뒷배경까지 감당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거...너도 알잖아.

그렇지만 너라면 책임지려고 했겠지.
그게 부담이었을 거야.
......내 인생에 널 끌어들여서 미안하게 됐어.

...나 같은 거 잊고 더 좋은 사람 만나.

너는 좋은 사람이었어, 미키에몬.

슈이치로, 넌 너무 착해. 알지?
나 지금 네가 못배우고 가난해서 감당 안되니까 갖고놀다 버린거라고.
뭐가 좋은 사람이라는거야?

환경이 어려운 사람일 뿐이야.
스스로 불행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나아가려고 한 게
네 눈에는 착하게 보였나 보다.
좋게 봐줘서 고마워.
......

다 알면서 같이 걸어줬는데.
미안, 네게 안 어울리는 사람으로 자라서.


(돌아가려는 미키에몬의 팔목을 잡고 살짝 자신 쪽으로 당기며)

왜..왜 그러는데...

안녕,
사랑했어.
잘가!
(오히려 울음이 나오지 않아서 차라리 웃었다.)

차라리 뺨이라도 때리란 말이야..
왜 이런 상황에서도 웃는건데, 너는..

나는 사실 착하지는 않다니까.
때리는 것보다 이게 네 마음에 더 남겠지. 아픈 쪽이든, 좋은 쪽이든......
그래서 그랬어.
오히려 넌 이렇게 대하는 게 더 슬프겠지...
하하.


난 아무렇지도 않다고! (널 밀쳐냈다)
너한테 이제 더 감정 없어...
잘가. 이제 다시는 보지 말자.

응, 잘가.
다시는 보지 말자.
그래도 고마웠어......

아.......
(참지 못하고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아으......
(손바닥에 얼굴을 묻으며)
으, 윽.......

(숨 죽이며 울음을 억누른다)
이제 다시 외롭겠구나......
사랑하고 싶었어......
(눈가가 짓무를 때까지 벅벅 손등으로 닦는다.)

(전화를 받기 전 메인 목소리를 큼큼 풀며)
(훌쩍)
(전화를 받는다.)

그동안 잘 지냈어?

어, 잘, 잘 지냈어요!
(목소리가 풀리지 않아서 조금 삑사리가 난다)



미키에몬군이 반지를 사야하는데 도와줄 수 있냐고 연락이 왔었는데...
그 이후로 별 다른 연락이 없길래.....
어? 그러고보니 이거 말하면 안되는거였나?

(......)

그 사람이 기뻐했으면 좋겠다, 그치?

아...
(말을 더듬거리며 이어간다)
저, 전해주면 기뻐했을 텐데...
들은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맞춘지는 꽤 됐을텐데, 이상하네-

...왜...?

평소보다 더 예민해보이더라고, 컨디션도 안 좋아 보이구..
슈이치로군, 둘이 혹시 무슨 일 있었던거야?

(아차 하며 입을 손으로 틀어막는다)


(말할지 말지 고민하다가)
저 혼자 말하기에는 조금 그래서요...
그,
......타카마루 씨!


저한테 미키에몬 얘기 안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미키에몬한테 제 얘기도...!
(어쩐지 울컥해서 목이 조금 메인다.)

미안해, 아무래도 신경쓰여서 물어봤었던 건데..

저라도 궁금했을 거예요......

가끔 연락해, 슈이치로군! 바로 받을테니까~

쉬세요!

그렇게 아프게 말하는 애는 아니었는데.
...그래도 뜻없이 한 말이어도,
모든 말이 사실이라...
나는 붙잡을 수도 없었어......
(붉어지는 눈시울을 애써 참아낸다)

기준치: | 85/42/17 |
굴림: | 3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85/42/17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개인적인 문제가 생겼거든.
그 문제 때문에 너에게까지 해를 입힐 수는 없어..미안해.

치우다 보면 생각도 좀 정리되고 기분도 나아지겠지!

어젯밤에 골라둘걸.
옷장 좀 치우자...

rolling 1d2
(
)
2
2

잡동사니 같은 건 서랍에 다 넣어놔야겠다.
(그렇게 몰아넣느라 서랍은 언젠가 또 정리해야 될 거라는 사실을 모르는 듯...)

기준치: | 85/42/17 |
굴림: | 3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rolling 1d2
(
)
2
2

살아있는 게 괴로워?
...나를 보러갈 기회라면,
이거, 설마 미키에몬의......?
(급하게 다른 흔적을 찾으려 일어서서 방을 뒤지다가)
(책상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기준치: | 85/42/17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아, 청소해야지...
그러고 보니 설거지를 했던가?
(수첩을 바지 뒷주머니에 넣고 일어서서 부엌으로 향한다.)

rolling 1d2
(
)
1
1

하긴... 뭐 해먹은 적이 없구나, 요즘.
미키에몬이 와야 뭘 만들어 먹었지...
......
아, 아니야!
그만 생각해야 돼...

분명히 원래 혼자였는데,
왜 이렇게 어색한 것 같지...
으......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미키에몬 생각에 눈살을 찌푸리며)
(부엌 청소를 마저 하기 위해 선반을 연다)

기준치: | 85/42/17 |
굴림: | 1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뭐야, 이게!
이건, 이건......
알고 있어, 이건.......
죽을 사람이 쓰는 일기야......
......미키에몬이야?

(.......)

같은 필체야......!
내용도, 이어지고......



이건, 미키에몬의 생일에 갔던 놀이공원 사진......
여기에 올려뒀었지...
........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사진을 뒤집어 둔다.)

집에... 미키에몬의 흔적이 너무 많아......
(마른 세수를 하며)
생각 정리가 안 돼!
그냥 들쑤시는 꼴이라고!
그러니까,

보고 싶어진다고.....
(울음이 섞여나온다.)
이렇게 처져 있기만 하면 안 되는데...
......
너무 조용해서 그런가...


기준치: | 85/42/17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0/30/12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보고싶었어.


rolling 1d6
(
)
1
1


설마... 미키에몬이야?!


처, 천천히 가!
(손에 이끌려준다)


그, 그래!
데려다 줄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미키에몬?의 작은 손을 조심스레 잡는다.)


저기 앉아서 이야기 하자... 편하게.


슈이치로형이라면 다 대답해줄게-

네 이름이 뭐야?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어서...

형도 잘 아는...미키에몬이 맞아.

(손을 들어 올리다가 멈칫하며)
만져봐도 될까?


(어린 미키에몬의 결 좋은 머리칼을 쓰다듬고)
(말랑한 볼을 아프지 않게 꼬집다가)
이렇게 생겼었구나... 미키에몬.
(붉은 눈동자를 마주하면서 다정히 웃는다.)
귀엽다, 미키에몬.


지금이라도 만나서 다행이야.
나도 미키에몬이지만, 그냥 잔상이나 다름 없거든....

왜 나를 만나러 왔어?




(머뭇대다가)
......
좋아해.......
(살짝 울컥하며)
정말 좋아해......

슈이치로형이 좋아해줘서..

하하...

미래의 나는... 지금 나보다 형을 더 많이 좋아하고 있을거야.
그러니까 뭐라 말을 할 수 없었던거야.


오늘 한 모든 말은 진심이 아니었다고.
하루도 슈이치로 형을 안 좋아해본 적이 없었는걸-
그러니까, 부탁이 있어.

그래, 미키에몬은,
솔직하지 못한 편이었으니까......
(눈물을 참으려 미간을 조금 좁히며)
......그래,
부탁이 뭐야?

그리고 형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알아내줘.

다시는, 보지 말자고 했는데.
그렇게 헤어졌는데...


(당황하며)
나는 오히려......
하루종일...
네 생각만 했어......

형도 그럴지 모르겠지만...역시, 그 때 했던 모든 말은 다 진심이 아니었으니까. 그치?

......
미키에몬이 나를 보고 싶지 않아 하니까
나는... 진심으로 미키에몬을 다신 보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렇게 다짐해도,
그래도 나는...


꼭 만나러 가줘.
(방긋 미소지었다)

있잖아.
미키에몬, 오늘 하루종일...
아니, 사실 너랑 만나던 그 기간 내내
궁금한 게 있어.
알려줄래?


나는 이유를 모르고,
미키에몬에게는 이제 물을 수가 없어져서...
그 답을 아는 사람이 이제는 없겠구나...
나는 계속 궁금해하면서, 너를 그리워하면서 살아야겠구나... 생각했거든.
그런데 네가 와줘서


(볼이 붉어지며)
말하기 부끄러운데...

(미키에몬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는다)

이렇게 자상하게 웃어주는 것도 좋고..
늘 내가 말을 하면 눈을 마주치면서 주의깊게 들어주고...
사랑할 수 밖에 없잖아. 형이랑 있으면...
(배시시 웃었다)

(미키에몬의 작은 손을 두손으로 꼭 잡고)
(이마에 가져다 대면서)
좋아해줘서 고마워......
(마치 기도하듯이 인사를 전하며)
나는 네 덕분에, 외롭지 않았어...

정말 좋아해...형.

용기를 얻었어,
만나러 갈게, 지금!

기준치: | 85/42/17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휴대폰, 휴대폰...!

새벽이 아니어도 헤어진 사이에 무작정 찾아오는 건 민폐일 테니까 그냥 지금 간다!!

rolling 1d3
(
)
1
1

일단... 실례할게, 미키에몬.
(문을 열고 들어간다.)

거실을 지나쳐야 해.
(이미 익숙히 알고 있는 미키에몬의 집 구조를 기억하며 거실을 향한다.)

테이블에 뭐가 있는데......
(테이블을 확인한다.)

동화책?
미키에몬이 이런 걸...?
(동화책을 집어든다.)
“그렇지만 난 배가 고픈 걸. 너는 뭘 해줄 수 있지?”
“이런 건 어때, 왕자님 대신 나를 집어삼켜. 나는 괜찮아.”
“좋아. 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는구나.”

rolling 1d2
(
)
1
1

(그러고 보니, 요즘 다... 이상할 정도로 벚꽃에 연관된 게 많잖아...)
그럼 이 사진은...?
(사진을 확인한다.)


그때 말만 들으면 꼴도 보기 싫은 줄 알았는데,
사진은 안 치웠네...
........
직접 듣자!
진짜 왜 그렇게 말한 거냐고

(자리에서 일어서서 미키에몬의 방을 향하려다가)
...?
(부자연스럽게 책이 꽂혀 있는 책장을 발견하고 잠시 멈춘다.)

기준치: | 85/42/17 |
굴림: | 4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걱정할까 봐 숨긴 건가...
하긴, 나라도......
숨겼을지도....
그러면 지금도 아프려나...?!


젠장, 집이 너무 넓어!
미키에몬의 방은, 저번처럼 여전한가...?
(방을 둘러보다가)
책상 위에 이건...

그러고 보니, 타카마루 씨가 미키에몬이 이미 반지를 샀다고 했지...
왜 안 준 거지?
막상 주려니까 아까워진 건가?
아니, 그건 아니겠지......
음...

서랍에 있으려나...
(뒤져도 될까 고민하다가)
(그냥 연다.)


(그렇지만 껴볼 생각은 차마 못한다.)
(반지 상자를 다시 고이 서랍에 넣어두고)
(두 번째 서랍을 연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3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rolling 1d3
(
)
2
2

그냥 냅두기도 싫어!
......
(식칼을 들어서 책상 뒤의 벽 사이에 숨겨둔다.)
마음대로 손대서 미안,
일이 무사히 풀리면 다시 돌려놓고 갈게.....

침대 위에...
태블릿?
자기 전에 봤나?
(태블릿을 확인한다.)

이런 걸 왜...
결별하고 극단적 선택...
(...)
자기가 헤어지자고 해놓고......
안 되겠다, 생각할 시간이 없어.


아까 집에서 발견했던 그것들하고 똑같아!
역시 미키에몬 거였구나...

rolling 1d3
(
)
1
1


..제발 가줄래.
우리 헤어졌잖아..

너는... 후련해해야지.
꼴이 이게 뭐야...?
(속상한 듯 얼굴을 와락 구기며 미키에몬에게로 다가선다.)


읽었어!
이, 이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가 진짜라면,
나한테... 말을 했어야지!
(미키에몬의 어깨를 움켜쥐며)

내가 나으려면 널 죽여야 한다는데 어떻게 말하냐고..


너와 헤어지면..해결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우리가 연인이어서 죽이라고 하는걸까 싶어서 말이야..
그런데 있잖아, 네 마음을 뜨게 하려고 너에게 해선 안될 말을 내뱉고 모질게 굴어도
이 망할 증세는 나아질 기미도 없어.
웃기지?


그래도 말했어야지...
네가 어떤 말을 해도 내가 너를 원망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잖아!
말을 했으면, 내가...
네가 그렇게 못된 말을 하지 않아도...
멀어져줬을 거야...

난 그냥 그런 놈인거야.
나 살겠다고 너한테 모든 걸 숨기고 그따위 악담이나 내뱉는..
그러니까 이제 제발 돌아가, 나 같은건 그냥 잊어버려..
부탁이야. (울먹임이 섞인 말투로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진심으로 다그치며)

차라리 내가 죽는게 나아.
얼른 가... 네 얼굴을 보고있으면 자꾸만 살고싶어져.
(눈을 질끈 감았다)

'내가 죽는 게 나아'라니.
날 좋아해서 그런 말을 했다면,
나도 너를 좋아하는데.
그러면, 내가 똑같이 말할 거라는 생각 안 했어?!

그 대답이 돌아올까 봐 두려워서였어.
네가 날 위해 죽어주겠다고 말할까봐..
내가 어떻게 그걸 지켜보겠어?
..그리고 네가 죽고 살아남는다 해도, 너 없이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아..

하나도 기쁘지 않아...

원래 어제는 너한테 결혼하자고 얘기하려 했단 말이야.
도대체 왜....(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반지도 예쁘더라.
열심히 골랐다며......

나 진짜..널 행복하게 만들어주려고 했었거든.
어제 했던 말...상처받았지, 진짜 미안해.
그래도... 가기 전에 사과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하지만... 지금이 더 아파.......
왜 이래야 해?
우리가 왜!?
(울음이 절절 끓는 목소리로 비명 지르듯 억울함을 토해낸다)


(미키에몬의 머리를 꽉 껴안는다.)

왜 온거야, 왜...

네가 너무 보고 싶었어.....
(미키에몬의 결 좋은 머리칼을 쓰다듬고)
(젖살이 빠진 볼을 아프지 않게 꼬집다가)
나도 네 덕분에 사랑을 알았어......
(눈물이 가득 찬 붉은 눈동자를 마주하면서 억지로 웃는다.)

그래서 그런걸까..?
계속 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도 힘들고...
네 얼굴을 보니까..더 그래.
(콜록, 마른기침을 하며)




내가 계속 널 사랑하면...죽는다는거잖아..

우리... 다시 돌아가자......
사랑하지 말자......
그냥, 다시 친구 하자...

그건.. 못해, 무리야..슈이치로.
나 사실..널 사랑하지 않았을 때가 기억나지도 않아.

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네가 죽는단 말이야!
친구로, 친구로 다시 돌아가서...
다시 사랑해도 되는 날이 오면,

다시 너를 사랑할 테니까......
잠깐만 헤어지면 안 돼?
진짜로 차라리 나를 싫어하면 안 돼?

바보.
너도 나한테 그런 말 듣고도 다시 여기로 왔잖아.
어떻게 돌아가겠다는거야?

너는 아니지만, 나한테는...
싫어할 점이 많아.
생각해 봐...
나는...
네가 사랑할 이유가 없다고...

나, 못 배워서, 사회 생활도 서투르고...!
집안도 좋지 않아!
감당할 수 없다고!
이걸 기억해, 기억해서...

난 틀렸나보다.
그 말들을 들으니까 그냥, 평생 옆에서 함께하면서
네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싶기만 하네.


사랑하지 않겠다고 해.......

나..그 소리 또 할 자신이 없어...(콜록)
어제 그 말 하고..얼마나 후회스러웠는지..

할 수 있어!
할 수 있다고!
나랑 평생 함께 할 수 없다면
혼자라도 살아야 할 거 아니야......

그것도 자신이없네..
내가 이렇게 무력한 존재라는 게 너무 싫다..(네 품에 기대며)
아까는 떠나달라고 부탁했지만, 마지막까지 너랑 함께 있다 생각하니까...
그건 좀 좋다.

두고 가지 마...
나, 나 알았어...
나, 네가 없으니까...
사실 정말 외롭구나....
알아버렸다고......


슈이치로,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너만 괜찮으면....나 죽을 때까지 옆에 있어줄 수 있어?
(네 손을 꼭 잡으며)

이럴 줄 알았으면.......
사랑하지 말걸 그랬다........
(손을 있는 힘껏 꽉 잡는다.)

널 사랑하면 죽는다고 해도..

그렇지만.....
(미키에몬의 뺨을 두 손으로 붙들고 이마에 입 맞추며)
사랑해.....

(미키에몬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아, 아악......
으윽, 흐, 윽..........
정말,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지 그랬어.......

그래도,
......
나는 너랑 결혼하고 싶었어...
(미키에몬을 껴안은 채로 팔을 뒤로 뻗어 첫 번째 서랍을 연다.)

(남은 하나를 제 손에 끼며)
딱 맞아......
(미키에몬의 손을 잡는다.)
.......
아, 아으으.......

(너무 오열한 끝에 숨이 턱턱 막혀 꺽꺽거린다.)
숨쉬기가 너무 버거워...
가슴이, 너무...
너무 아프다고.....
(헐떡대면서)

그래,
....그래....
미키에몬,
이렇게 아팠구나.
알 것 같아.

............
(콜록콜록-...)
......
콜록,

...내가 죽는 걸 네가 못 보고 가서 다행이야........
'닌타마 란타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야하마] Paperback Blue (0) | 2024.02.08 |
---|---|
[미키하마] 생의 증명 (0) | 2023.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