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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영웅

[시은수호] 수몰버스

 

 

 

 

수몰버스 시나리오의 전반적인 진상,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bgm(재생하고 감상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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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몰버스]
 
 
 
w.서라
 
 
 
[KPC- 안수호 / PC-연시은 / KP- 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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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내부
 
 
덜컹.
 
 
몸이 얕게 흔들리는 감각과 함께 불현듯 꺼져있던 정신이 맞붙습니다.
 
 
아무래도 버스 안에서 깜빡 잠들어버렸던 모양이에요.
 
 
눈을 뜨면 들어오는 풍경은 익숙하고도 평범한 버스의 내부.
 
 
흔들리는 손잡이, 끊임없이 스쳐 지나가는 차창 너머의 풍경, 조금 낡은 감이 있는 앞좌석의 시트….
 
 
익숙한 것들 투성이인 차체의 내부에서 익숙하지 않은 점이라고는 버스가 텅 비어있다는 점 뿐입니다.
 
 
그야말로 당신을 제외한 탑승객이 존재하지 않습니다만.. 별로 대수롭지는 않습니다.
 
 
적적한 버스를 오로지 시선만으로 훑고 있었을 때였나요.
 
 
문득 좌석의맞은 편 정면에 붙어있는 버스 번호 라벨이 눈에 들어옵니다.
 
 
 
<관찰>판정
 
 
연시은:
관찰 Roll
기준치: 95/47/19
굴림: 93
판정결과: 보통 성공
 
 
0304번.
 
 
이 버스는 아무래도 종점까지 우회해서 가는 번호의 버스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탑승객이 없을 법도 하지요.
 
 
그래서, 어디쯤 왔지? 그 전에 목적지가 어디였더라….
 
 
몽롱한 정신을 가다듬다보면 문득 기대고 있던 차창 너머로 시선이 돌아갑니다.
 
 
흔들리는 창문 너머로 어느새 장대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꼭, 세상을 수몰시킬 것처럼.
 
 
이 비는 언제부터 내리기 시작한 걸까요?
 
 
잠들기 전까지만해도 날씨가 제법 맑았던 것 같은데…
 
 
 
<아이디어>판정
 
 
연시은:
아이디어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3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글쎄요, 정말 잠들기 전까지만해도 날씨가 맑았던가요?
 
 
당신은 문득 부자연스러운 위화감에 사로잡힙니다.
 
 
그야 잠들기 전의 기억이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언제 이 버스에 올라타 있었는지조차 떠오르지 않습니다.
 
 
마치 검은 도화지 위에 먹칠을 한 듯, 머릿속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뿌옇고 흐릿한 기억만이 잔존합니다.
 
 
이성 –1
 
 
덜컹.
 
 
어지러운 머리를 갈무리 하기도 전에, 방지턱 탓인지 버스가 또 한 번 크게 흔들립니다.
 
 
그 불친절한 진동과 함께 품에 안고있던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당신은 버스 바닥을 나뒹구는 국화꽃다발을 발견합니다.
 
 
품에 안고 있던 무언가는 아무래도 국화꽃다발이었던 것 같습니다.
 
 
바닥에 떨어져 나뒹군 충격 탓이었을까요?
 
 
순백색의 꽃잎 몇송이가 바닥에 흐드러진 것이 보입니다.
 
 
<듣기>판정
 
 
연시은:
듣기 Roll
기준치: 90/45/18
굴림: 7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바닥에 나뒹구는 꽃다발을 주워들던 그 순간,
 
 
단말마와 같은 이명이 짧막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마치 고주파음과 같은..그런 소리였습니다.
 
 
아, 그제야 흐릿한 의식 너머로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그렇지. 오늘은 사랑하는 수호의 첫 번째 기일이었죠.
 
 
그러니 당신은 수호가 잠들어있는 납골당으로 향하는 길이었을 겁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그렇지, 이런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니.
 
 
거기까지 떠올리면 문득 버스는 인적이 드문 정류장에 정차합니다.
 
 
탑승구가 열리고, 올라타는 승객의 모습에 당신은 스스로의 눈을 의심하게 됩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야 버스 위에 올라탄 사람은…
 
 
1년 전 죽었던 수호였으니까요.
 
 
고즈넉한 빗소리가 귀를 먹먹히 울리는 텅 빈 버스 안, 죽었던 수호와 조우하게 된 당신.
 
 
이성 –1d3
 
 
연시은:
rolling 1d3
 
(
1
 
)
 
 
=
1
 
 
이성-1
 
 
맞붙고, 멎습니다.
 
 
맞붙는 것은 허공 위로 겹쳐진 두 사람의 시선.
 
 
일순 멎는 것은 당신의 호흡.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은 때로 꿈보다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을요.
 
 
수호는 분명 1년 전에 죽었습니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던 날, 돌이킬 수 없는 사고에 휘말려서요.
 
 
나는 그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 곁에 있어주지 못했고, 그렇기에 그의 부재를 부정했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그러니 내 앞에 서있는 저 사람은, 수호가 아닌 수호를 지나치게 닮은 사람일 겁니다.
 
 
당신은 그렇게 믿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돌아올 수는 없잖아요.
 
 
혼란 속에 빠져있는 당신의 상태를 눈치챈 걸까요.
 
 
막 버스에 올라탄 수호를 닮은 이는, 당신의 생각을 부정하듯 살아생전 지었던 것과 같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당신이 앉아있는 좌석 옆에 앉습니다.
 
 
안수호:안녕. 오랜만이지?
 
 
아, 저 웃는 얼굴. 저 목소리.
 
 
나를 바라보는 다정한 두 눈동자.
 
 
연시은:...
 
안수호?
 
 
아무리 부정하고 잊으려 애를 써도 잊히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웠고, 그리웠기에 나날이 새로운 처절함과 아픔을 느끼게 했었던 저 두 눈처럼요.
 
 
정차했던 버스는 오로지 두 사람만을 태운 채, 다시금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제서야 당신은 받아들이고 맙니다.
 
 
수호를 닮은 이는, 그저 닮은 사람일 뿐이 아닌 안수호, 그 자체라는 사실을요.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 갈피조차 잡히지 않습니다.
 
 
막연히 다짐했던 것들이 있습니다.
 
 
혹여나 꿈에서라도 너를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게 된다면, 품에 끌어안고 못다했던 말들을 쉴새없이 토해낼 것이리라고.
 
 
그런 다짐을 했었는데.
 
 
수호는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는 당신과 눈을 마주합니다.
 
 
안수호:어딜 가는 중이었어?
 
 
연시은:...너를... 보러 가던 중이었는데...
 
 
안수호:나?
 
그럼 넌 이미 목적지에 도착했나보네.
 
지금 만났잖아. (옅게 웃으며)
 
 
연시은:왜, 왜...?
 
왜 여기에 있어?
 
 
당신의 말을 들은 수호는 그저… 군더더기 없는 애정과 슬픔이 가득 담긴 눈으로 당신을 바라볼 뿐입니다.
 
 
덜컹.
 
 
다시 한 번 방지턱을 밟고 지나간 버스가 얕게 흔들립니다.
 
 
 
<관찰>판정
 
 
연시은:
관찰 Roll
기준치: 95/47/19
굴림: 3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얕은 진동 탓에 시야가 갈라짐과 동시에, 문득 운전석 쪽으로 시선이 꽂힙니다.
 
 
…이상합니다. 운전석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어야 할 버스 기사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 버스는 그저 운전사도 없이 홀로 비가 내리는 도로를 내달리고 있습니다.
 
 
수호 쪽을 돌아보면, 수호는 일절 놀란 기색이 없습니다.
 
 
안수호:묻고싶은 게 많다는 표정이네.
 
조금 혼란스럽지?
 
음.. 이걸 어디서부터 말해줘야 될까.
 
 
연시은:안수호, ...여긴 어디야?
 
날 보러 왔어?
 
 
안수호:응.
 
너랑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어서..
 
버스를 통째로 빌렸어.
 
멋있지? (장난스레 웃었다)
 
 
연시은:...응, 진짜... 근사하네... (울먹인다)
 
 
안수호:..어.. 그게,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너를 만나고 싶어서, 네 꿈 속에 들어온거야.
 
 
연시은:내 꿈?
 
 
안수호:그도 그럴게.. 버스가 이렇게 텅 비어있을리가 없잖아. 현실적으로
 
 
연시은:이거... 꿈이야?
 
 
안수호:응, 네 꿈 속이니까..너무 불안해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네 꿈 속이라고 해도, 넌 이 곳이 낯서니까.
 
네가 길을 잃지 않도록 하는 안내원이랄까.. 그런거야. 나는.
 
 
연시은:차라리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어...
 
 
안수호:....그래도, 이렇게라도 만나니까 좋지 않아?
 
 
연시은:좋아.
 
보고 싶었어, 안수호...
 
 
안수호:하하, 뭔가 바로 그렇다고 대답하니까 좀 쑥쓰럽긴 한데...
 
(다른 곳을 쳐다보며)
 
나도 보고싶었어.
 
 
연시은:계속 네 생각만 했어.
 
 
안수호:그거 좀 감동인데?
 
이 형님 없으면 못 사는 몸이 되어버린거야? (히히)
 
 
연시은:...응......
 
그러네...
 
(주먹을 꾹 말아쥔다.)
 
 
안수호:... 너 좀 못 본 사이에 솔직해진 것 같다.
 
원래 이랬었나..
 
 
연시은:후회했어.
 
네가 있는 동안에 더 많은 말을 해줬어야 했는데...
 
하고 싶은 말을 다 못 했어.
 
더 잘해줄걸, 더 표현할걸...
 
줄곧 생각했어.
 
 
안수호:우리가 이렇게 되기 전까지 네가 나랑 내외한 것도 아니고.
 
우린..충분히 서로 표현했었다 생각해.
 
네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지만..역시 내 욕심이었던 거겠지.
 
(씁쓸하게 웃었다)
 
 
연시은:네 욕심이면... 내가 노력은 해 봐야지.
 
아주 오래 걸리겠지만, 그래도...
 
널 받아들이는 연습이 더 필요한 것 같아.
 
노력할게. 네가 원한다면...
 
 
안수호:.....
 
저기, 나 욕심 좀 더 부려봐도 될까?
 
 
연시은:그래.
 
어차피 내 꿈인걸.
 
내 꿈이니까... 네가 하고 싶은 걸 해.
 
 
안수호: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지금에 집중해주었으면 해서..
 
혹시 헤어져야할 때가 생각이 나도, 그건 어차피 미래니까..
 
힘들겠지만 부탁할게.
 
 
수호가 그리 말하며, 버스의 벨을 누릅니다.
 
 
연시은:...그래.
 
이제 너에게만 집중할게.
 
 
안수호:고마워.
 
자, 이제 내리자.
 
도중에 길을 잃지 않도록, 네가 가야 할 목적지까지 내가 바래다 줄게.
 
 
연시은:...내 목적지?
 
 
수호의 그 말을 끝으로, 버스는 곧 첫번째 정류장에 정차합니다.
 
 
 
첫번째 정류장
 
 
버스에서 내린 두 사람은 협소한 간이정류장 지붕 아래로 들어섭니다.
 
 
빗줄기는 여전히 이 세상을 침수시킬 것만 같이 맹렬합니다.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처리된 정류장 지붕 아래, 양 옆으로 담장 형식의 벽면이 기둥처럼 세워져있고 그 중앙에 원목으로 만들어진 나무 벤치가 하나 놓여있습니다.
 
 
버스 그림이 새겨진 표지판 또한 눈에 띕니다.
 
 
 
[벽면]과 [벤치], [표지판]을 살필 수 있습니다.
 
 
연시은:(벽면을 조사한다.)
 
 
 
[벽면]
 
 
마치 담장을 연장시키는 정류장의 벽면에는 흰색 장미 무더기가 덩굴을 내리고 자리합니다.
 
 
 
<관찰>판정
 
 
연시은:
관찰 Roll
기준치: 95/47/19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그 아래 피어있는 것은… 흰 색의 국화.
 
 
당신이 들고 있는 것과 같은 흰 색 국화 꽃입니다.
 
 
국화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쏟아져내리는 빗소리를 가르고 수호가 말을 걸어옵니다.
 
 
안수호:국화 꽃의 꽃말이 뭔지 알아?
 
 
빗줄기에 파묻힌 탓이었을까요. 그렇게 속삭이는 수호의 목소리는 어쩐지 막연하고도 얕습니다.
 
 
 
<아이디어>판정
 
 
연시은:
아이디어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식물에 대한 서적을 읽은 기억이 문득 떠오릅니다. 아마 국화 꽃의 꽃말은…
 
 
분명 '감사함과 진실함' 이었죠.
 
 
연시은:'감사함과 진실함'... 아냐?
 
 
안수호:역시 너네. 모르는 게 없어..
 
그럼, 국화 꽃의 색에 따라 꽃말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도 알고있어?
 
 
글쎄요, 국화꽃의 색상에 따라 꽃말이 상이하던가요? 처음 알게된 사실인걸요.
 
 
수호는 대답대신 얕게 미소를 짓더니, 정류장 벤치에 앉습니다.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으나... 무언가 망설이고 있는 눈치입니다.
 
 
안수호:..다음 버스가 올 때 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은 것 같은데..너도 옆에 앉을래?
 
 
 
>수호를 따라 [벤치]에 앉거나 [표지판]을 살필 수 있습니다.
 
 
연시은:(벤치에 앉는다.)
 
 
 
[벤치]
 
 
원목으로 만들어진 평범한 나무 벤치입니다.
 
 
지붕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물을 막아주는 탓에 젖은 부분 없이 바짝 말라있습니다.
 
 
버스가 도착할 때까지 벤치에 앉아 쉬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당신은 수호의 옆에 앉아, 그를 한참이나 바라봤습니다.
 
 
안수호:왜? 내가 너무 잘생겼어?
 
야, 뭐라도 말 좀 해봐! 민망하게스리! (귀 끝이 조금 붉어졌다)
 
 
연시은:...그래, 오랜만에 보니 잘생겨진 것 같기도.
 
 
안수호:..어, 인정해줄 줄 몰랐는데.....
 
음.....
 
 
연시은:넌 꼭 자신감 있게 물어보면서 막상 동조하면 부끄러워하더라.
 
 
안수호:넌 못 본 사이에 전보다 좀 큰 것 같다?
 
아니, 당연히 뭔 소리 하는거냐고 되물어볼 줄 알았지.
 
 
연시은:그래? 키가 좀 자랐나...
 
내가 순순히 대답하면 네 반응이 재밌거든.
 
(옅게 웃는다.)
 
 
안수호:하아, 뭔가 전보다 더 능글맞아졌어... 변했어 너... (민망한지 당신의 눈을 피하고 다른 곳을 쳐다보았다)
 
 
연시은:좋은 쪽으로 말이지?(긴장이 풀린 듯 편히 웃는다)
 
 
수호의 시선을 따라가 쳐다보는 곳엔, 정류장의 표지판이 보입니다.
 
 
 
>[표지판]을 살필 수 있습니다.
 
 
연시은:(표지판을 살펴본다)
 
 
 
[표지판]
 
 
간략한 버스 그림이 새겨진 정류장 표지판입니다.
 
 
표지판 아래 버스 노선도가 붙어있습니다.
 
 
당신이 노선도를 확인하면… 평범한 노선도가 아니네요.
 
 
아니, 이를 노선도라고 칭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버스 노선을 알리는 안내판에는 노선도 대신 '색상에 따른 국화꽃의 꽃말'에 관한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색상에 따른 국화꽃의 꽃말]
 
 
· 흰색: 감사함, 진실함, 성실함
 
 
· 분홍색: 정조
 
 
· 노란색: 순정
 
 
· 보라색: 내 모든 것을 그대에게
 
 
· ....색: 당신을... 합니다.
 
 
맨 아래 적혀있는 국화꽃의 색상과, 색상별 의미는 칠이 벗겨져있어 읽을 수 없습니다.
 
 
 
<관찰>,<아이디어>,<자료조사>중 하나를 판정할 수 있습니다.
 
 
연시은:
관찰 Roll
기준치: 95/47/19
굴림: 1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칠이 벗겨진 자국을 유심히 확인해 본 결과, 국화의 색상이 '붉은색'이라고 적혀 있었음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꽃말의 의미는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
 
 
 
<관찰>판정
 
 
연시은:
관찰 Roll
기준치: 95/47/19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표지판을 확인한 뒤 벽면을 올려다보자, 당신은 벽면 상단에 고정 되어있는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버스 도착 안내 전광판
 
 
여느 버스 정류장에서도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전광판입니다.
 
 
전광판에는 글자가 흐르고 있지만, 약한 노이즈가 끼어있는 탓에 글자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전광판을 더 가까이 다가가 확인해 보자,
 
 
 
...의 이름을 호명할 때, 다음 버스가 도착합니다.
 
 
라는 글자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디어>판정
 
 
연시은:
아이디어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은 막연히 떠올립니다.
 
 
'수호의 이름을 불러야 다음 버스가 도착하는 게 아닐까?' 하는...그런 실없는 생각을요.
 
 
안수호:..? 뭐 보고 있어?
 
 
연시은:아, 그냥...
 
이 전광판.
 
글자가 깨져 있길래 보고 있었어.
 
 
안수호:...
 
 
당신을 따라 전광판을 본 수호의 표정이, 어딘지 모르게 슬퍼보입니다.
 
 
연시은:...안수호.
 
안 부르려고 했는데,
 
네 이름을 불렀을 때 네가 나를 돌아보는 게
 
정말 그리워서...
 
계속 부르게 돼.
 
 
안수호:하하... 너도 참..
 
...........이름 하나 부르는게 뭐라고.
 
 
연시은:대단한 일이지.
 
 
안수호:아무튼 이상해..
 
연시은.
 
 
연시은:널 부르고, 네가 나한테 대답하는 건...
 
대단한 거야.
 
 
나지막이 당신의 이름을 마주 부르는 수호의 목소리는 어딘가 한구석, 차게 식은 빗물에 젖어 번지는 것만 같습니다.
 
 
당신은 곧, 수호가 커다란 슬픔을 느끼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당신을 보는 그의 눈빛에서 처절히 느껴집니다.
 
 
아주아주 방대한, 온 삶을 통틀어 몇 번 느껴본 적 없는,
 
 
미칠듯하고도 강렬한 억겁의 슬픔이 빗소리에 잠식되어갑니다.
 
 
무어라고 말을 건네기도 전에 장대비의 포화를 가르고 라이트가 번쩍입니다.
 
 
곧 버스 한 대가 정류장 앞에 정차합니다.
 
 
버스의 전면 유리창에 붙어있는 라벨에는 '0105번'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
 
 
두 사람은 버스에 올라탑니다.
 
 
 
<듣기>판정
 
 
연시은:
듣기 Roll
기준치: 90/45/18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어쩐지 단말마와 같은 이명을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빗소리 탓에 명확한 사고가 서지는 않지만요.
 
 
..어쩌면 착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번째 버스
 
 
두 사람이 올라타는 것과 동시에 버스는 천천히 빗길속을 뚫고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버스는 첫 번째 버스와 마찬가지로 텅 비어있습니다.
 
 
이 안에 존재하는 탑승객은 오로지 당신과 수호, 두 사람 뿐입니다.
 
 
운전석을 살피면 첫번째 버스와 마찬가지로 기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버스는 그저 운전 기사 없이 홀로 굴러갈 뿐입니다.
 
 
두 사람은 의자 두 개가 붙어있는 2인용 좌석에 착석합니다.
 
 
자리에 앉자, 문득 품에 안고 있는 국화 꽃다발이 눈에 띕니다.
 
 
처음 주웠을 땐 마냥 하얗던 국화 꽃잎은,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끝이 무언가에 짓밟힌듯 옅게 시들어 있습니다.
 
 
그 때, 수호가 당신을 바라보며 말을 꺼냅니다.
 

 

 
안수호:..너무 뒤늦게 물어보는 것 같긴 한데.
 
요즘 어떻게 지냈어?
 
 
연시은:그럭저럭...
 
 
안수호:흐음, 그럭저럭?
 
나 안 보고 싶었어?
 
 
연시은:보고 싶었어.
 
많이.
 
 
안수호:아차...내가 뭔가 잘못 말한 것 같네..
 
너 그럴 때마다 뭔가 어색한 거 알아?
 
 
연시은:몰라.
 
내 꿈이니까, 하고 싶은 말 하는 건데
 
이상해?
 
 
안수호:아, 아무리 꿈 속이라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냐?
 
....나는..
 
너 보고싶다는....그...(부끄러운 듯 말을 흐린다)
 
그 말이 꺼내기가 왜이렇게 힘드냐. 하하...
 
나도 너 보고싶었다고..아무튼.
 
 
연시은:나 안 보고 싶었어?
 
 
안수호:으윽, 어떻게 그렇게 덤덤하게 보고싶다는 말을 할 수가 있지?
 
난 너 만나기 전에 말하는 연습까지 하고왔는데..
 
..좀 웃기지?
 
 
연시은:그건, 좀 웃기네...
 
너는 생각보다 솔직하지 않아.
 
근데 나는 네가 그런 사람인 거 아니까, 그냥...
 
아는 거지.
 
 
안수호:...그거 알아?
 
너한테만 그러는 거야.
 
왠지 네 앞에서는 솔직하게 말하는게 조금..힘들어.
 
왜일까? (미소를 지었다)
 
 
연시은:...
 
 
문득 한 가지 기억이 떠오릅니다.
 
 
날짜를 특정할 수 없는 그 언젠가의 평범하고 행복했던 기억.
 
 
당신의 옆에는 사랑해 마지않는 수호가 자리하고, 우리 둘은 조용하고도 한적한 버스에 앉아 함께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습니다.
 
 
상기해낸 평화로움도 잠시, 당신은 갑작스러운 서늘함을 느끼게 됩니다.
 
 
글쎄, '서늘함'이라는 말로 형용할 수 있을까요.
 
 
두려움, 공포, 슬픔, 당황스러움. 모든 불안정한 감정이 한데 뭉쳐 숨통을 억세게 짓누르던 그 때.
 
 
빗길에 미끄러진 버스가 요동치듯 크게 흔들립니다.
 
 
무언가에 머리를 강하게 맞는 충격과 함께 일순 힘이 빠져나간 몸이 앞으로 쓰러집니다.
 
 
 
와락.
 
 
그 때, 당신의 고꾸라지는 몸을 지탱하듯 수호가 당신을 강한 힘으로 끌어안습니다.
 
 
 
쾅―!!
 
 
반대편 차선을 지나치던 트럭과 버스가 갑작스레 충돌합니다.
 
 
직후 들려오는 것은 커다란 굉음.
 
 
쇠가 굽어들고 절단되는 듯한 소름끼치는 금속음.
 
 
무언가 터지는 소리, 날아가는 소리, 어딘가에 들이박는듯한 충격.
 
 
온 몸의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겨져 나가는 듯한 생생한 통증.
 
 
품에 안고 있던 국화꽃다발이 바닥을 나뒹굴고, 마치 눈송이같은 국화꽃잎은 시야를 긋고 흐드러집니다.
 
 
이건 무슨 상황일까요.
 
 
수호가 겪었던 그 고통을 당신에게 상기시켜 주기라도 하는 듯,
 
 
당신을 꽉 끌어안은 수호의 체온은 어쩐지 전혀, 따듯하지가 않아서.
 
 
이대로 정신을 잃으면 안 되는데. 수호가 무사한지 확인해야 하는데.
 
 
수호의 상태를 확인하기도 전에 시야가 수몰됩니다.
 
 
칠흑같은 어둠이 눈 앞에 쏟아집니다.
 
 
삐―.
 
 
의식과 함께 낙하하는 머릿속에 이명이 들려옵니다.
 
 
그러나 이제와서 그런 이명따위는 아무래도 상관 없습니다.
 
 
어지러운 의식을 잠재우듯 귓가에 익숙하고도 다정한 목소리가 섞여들던 탓입니다..
 
 
"괜찮아." …하고.
 
 
.
 
 
.
 
 
.
 
 
 
두번째 정류장
 
 
…깜빡.
 
 
당신은 눈을 뜹니다.
 
 
제일 먼저 들려오는 것은 무겁게 낙수하는 물방울 소리.
 
 
그리고,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품 안에 안겨있는 백색의 국화꽃다발입니다.
 
 
꽃다발은 아까 전 보았을 때보다 조금 더 시들어있습니다.
 
 
이렇게 시들면 안 될텐데...
 
 
어쩐지 막연한 슬픔이 느껴집니다. 그야 오늘을 위해 준비한 꽃다발인걸요.
 
 
안수호:깼어?
 
 
꼭 빗물에 익사할 것만 같이 무겁던 정신을 흔드는 것은 잔잔하고도 담담한 수호의 목소리.
 
 
이곳은 버스 정류장인 것 같습니다. 어느 틈에 하차한 걸까요.
 
 
두 사람은 벤치에 앉아있습니다.
 
 
당신은 아무래도 수호에게 기댄 채 잠들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안수호:얘기하다 갑자기 잠들어서 놀랐잖아.
 
 
연시은:...안수호.
 
아팠어?
 
 
안수호:..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연시은:네가... 그때...
 
...아니야...
 
(마른 세수를 한다)
 
 
안수호:혹시 악몽이라도 꾼거야..?
 
표정이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
 
 
아까 전의 사고는 역시 꿈이었던 걸까요?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멀쩡할 수가 없을테니, 아무래도 질 나쁜 꿈이라도 꾼 모양입니다.
 
 
안수호:피곤하면 더 잘래..?
 
다음 버스가 올 때 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은 것 같으니까..
 
 
연시은:아니, 아니야...
 
너랑 얘기할래.
 
 
안수호:그래, 나도 사실..그러고 싶었어.
 
 
그렇게 읊조리는 수호의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지쳐있는 것만 같다는… 이유 모를 감상이 듭니다.
 
 
 
<관찰>판정
 
 
연시은:
관찰 Roll
기준치: 95/47/19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재판정 해주세요
 
 
연시은:
관찰 Roll
기준치: 95/47/19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첫번째 정류장과 마찬가지로, 이번 정류장도 역시 벽면 상단에 버스 도착 안내 전광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버스 도착 안내 전광판
 
 
전광판에는 글자가 흐르고 있습니다.
 
 
글자엔 노이즈가 끼어있습니다만, 첫번째 정류장에서 보았던 전광판에 비해 노이즈가 덜합니다.
 
 
 
인도자... ...의 이름을 호명할 때, 다음 버스가 도착합니다.
 
 
당신이 첫번째 정류장에서 수호의 이름을 호명한 직후 버스가 도착했던 것을 떠올립니다.
 
 
두 번째 정류장에서도 수호의 이름을 불러야 버스가 도착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버스 사고의 충격 탓이었을까요?
 
 
아무리 꿈이라고는 하지만 버스에 다시 올라타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수호:무슨 생각해?
 
 
연시은:그냥...
 
조금 멀미나서...
 
 
안수호:꿈인데도 멀미가 나?
 
음...그건 좀 곤란하네..
 
내가 귀라도 잡아줄까?
 
 
연시은:그러면 나아?
 
(작게 웃는다)
 
 
안수호:안수호 손은 약 손 모르냐?
 
내 손만 있으면 모든 병이 다 나아질걸? (장난스레 웃으며)
 
 
연시은:그래?
 
어디, 솜씨 좀 볼까...
 
해 봐봐.
 
 
안수호:버스 타면 잡아줄게.
 
(당신의 안색을 살피곤)..왜 그래. 혹시 타기 싫은거야?
 
 
연시은:...타기 싫다고 하면,
 
안 타도 돼?
 
 
안수호:...그건.....
 
(잠시 침묵하더니)
 
..시은아.
 
 
무겁게 허공을 가르는 수호의 목소리는, 어째서 이만큼이나 빗물에 수몰될 듯 참담히 젖어있는지.
 
 
수호가 당신의 이름을 호명하고 얼마 있지 않아 세 번째 버스가 저 멀리서 빗속을 헤치고 다가와 정차합니다.
 
 
버스가 오는 건, 실은 누가 이름을 부르든 상관 없었던 걸까요?
 
 
하지만 지금 생각을 할 수 있는 건, 전광판에서 봤던 인도자라는 말은 누가봐도 수호를 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추측 뿐입니다.
 
 
버스는 지금까지 승차했던 버스와 달리 커다란 2층 버스입니다.
 
 
두 사람 앞에 멈춰선 버스의 탑승구가 열립니다.
 
 
역시, 타고싶지 않아요. 타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수호가 겪은 일을..이런 식으로 다시 함께 겪고싶지 않습니다.
 
 
수호가 당신에게 손을 내밉니다.
 
 
안수호:괜찮아, 내가 같이 있잖아.
 
난 네가 길을 잃지 않도록 이끌어주기로 했는걸.
 
무서워할 거 없어.
 
 
그 이유 모를 낯선 충동은, 빗물보다도 잘게 흐드러져 떨어지는 수호의 목소리에 흔적도 없이 녹아 사라집니다.
 
 
그저 온 세상을 적시는 빗소리와 끝없는 안정감만이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합니다.
 
 
당신은 수호가 내민 손을 기꺼이 잡고, 두 사람은 세 번째 버스에 올라탑니다.
 
 
버스의 전면 유리창에 붙어있는 라벨에는 '0000번'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
 
 
 
<듣기>판정
 
 
연시은:
듣기 Roll
기준치: 90/45/18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삐―.
 
 
아까 전 들었던, 단말마와 같은 이명이 귓가를 울리고 사라집니다.
 
 
아니, 이 소리는 이명이 아니라.. 마치 기계음과 같은 소리였습니다.
 
 
 
세번째 버스(0000번, 1층)
 
 
두 사람이 올라타는 것과 동시에 버스가 움직입니다.
 
 
버스는 지금까지의 버스와 마찬가지로 텅 비어있으며, 기사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안에 존재하는 탑승객은 그저 당신과 수호, 두 사람 뿐입니다.
 
 
버스 내부에는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보이지만, 입구가 닫혀있습니다.
 
 
닫혀있는 입구의 문에는 커다란 자물쇠가 걸려있는 것이 보입니다.
 
 
당신은 본능처럼 품 안의 국화 꽃다발을 살핍니다.
 
 
조금 시들어있었던 국화 꽃다발은, 전보다 더욱 생기를 잃고 처량히 바래진 꽃잎의 색을 띄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 수호가 먼저 창가 좌석에 앉습니다.
 
 
창가 좌석에 앉은 수호는 어딘가 지쳐보이고, 침체 되어 있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당신은 무언가 멍해보이는 수호의 옆좌석에 앉았습니다.
 
 
연시은:무슨 생각해?
 
 
안수호:..어?
 
음..별로 아무 생각도..
 
(차창 밖을 쳐다보는 표정이 심란해보인다)
 
 
연시은:안수호, 너 여전히 거짓말은 잘 못 치는구나.
 
다 티나.
 
 
안수호:뭐, 뭐가 티난다는 거야?
 
 
연시은:뭐, ...됐어.
 
네가 말하기 싫다면 하지 않아도 돼.
 
 
안수호:.....휴.
 
너랑 모처럼 오랜만에 다시 만났는데..
 
침울해하기나 하고....
 
(중얼) 이럴려고 한 게 아니었는데..
 
이럴려고 널.....
 
 
수호는 괴로워보입니다.
 
 
연시은:상관없어.
 
만난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해.
 
 
안수호:..(피식) 그치..맞아.
 
내가 지금 이 순간에 집중 해달라고 했으면서..
오히려 네가 나보다 더 침착하네..
 
역시 너답다.
 
 
연시은:네가 부탁했으니까.
 
들어줘야지.
 
 
안수호:....(입술을 살짝 꾹 다물며, 고개를 숙였다.)
 
 
 
<관찰>판정
 
 
연시은:
관찰 Roll
기준치: 95/47/19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당신이 수호를 따라 고개를 숙이자, 버스 바닥에 무언가 떨어져 있는 것이 보입니다.
 
 
좌석 바닥에는 책 한 권이 떨어져있습니다.
 
 
책이라기보다는 얇은 책자에 가까워보입니다.
 
 
푸른 색의 표지에는 아기자기한 회전목마 그림이 프린트되어 있습니다.
 
 
제목 또한 'merry go round' …
 
 
당신은 조심스레 책을 펼쳐봅니다.
 

merry go round

한 사람이 생을 마감하며, 막 망자를 위한 길로 들어서기 직전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흔히 인생의 주마등과 마주하곤 한다. 지금껏 살아왔던 인생이 눈 앞에서 한 차례 영화처럼 펼쳐지는 현상을 주마등 현상이라고 일컫는다. 죽음의 끝에 당도한 산 자여, 그대의 삶이 적어내려간 필름의 길이를 돌아본 적이 있는가.

 

 
책자의 내용을 읽던 도중, 당신은 갑작스러운 강한 현기증을 느꼈습니다.
 
 
빛도 한줄기 들지 않는 맨 밑바닥의 어둠 속에서, 당신은 환각을 마주합니다.
 
 
환각 속에 삶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 가장 슬펐던 순간이..
 
 
그리고 죽어서도 잊지 못하리라 여겼던 반짝이던 삶의 조각.
 
 
어느 순간 내 삶에 끼어들어 뿌리를 내리고 침범한 너, 안수호와의 첫만남.
 
 
…빼놓을 수 없는 여러 기억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함께 하교 후 당신의 집으로 향해 게임 내기를 하던 기억.
 
 
오랜 시간 잠들어있다 눈을 뜬 수호의 앞에서 눈물을 터뜨렸던 기억.
 
 
수호와 함께하는 시간 속에, 고조되는 행복감을 버티지 못하고 웃어버렸던 순간.
 
 
한동안 빠른 속도로 영상이 스쳐 지나가고 잠시간 필름이 뚝 끊기며 말간 어둠이 지속됩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 때, 다시금 빛처럼 터져나오는 영상이 하나.
 
 
두 사람의 모습입니다.
 
 
수호와 당신, 두 사람은 버스를 타고 함께 어디론가 향하고 있습니다.
 
 
차창 바깥으로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행복해보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한없이 다정하며, 애정이 넘치는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따스한 손으로 서로의 손을 맞잡고 있습니다.
 
 
고즈넉한 빗소리의 향연마저 서로간의 애정에 담뿍 물들어 더 없이 사랑스럽게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
 
 
 
쾅―!!
 
 
반대편 차선을 지나치던 트럭과 버스가 갑작스레 충돌합니다.
 
 
직후 들려오는 것은 커다란 굉음.
 
 
쇠가 굽어들고 절단되는 듯한 소름끼치는 금속음.
 
 
무언가 터지는 소리, 날아가는 소리, 어딘가에 들이박는듯한 충격.
 
 
온 몸의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겨져 나가는 듯한 생생한 통증.
 
 
쉼없이 흔들리고 요동치는 어두운 화면 사이로 그런 당신을 한 점 망설임 없이 끌어안는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아니, '누군가'라고 특정지을 필요도 없습니다.
 
 
 
수호입니다.
 
 
수호가 연시은, 당신을 끌어안았습니다.
 
 
암전하는 버스의 내부를 어둡게 띄우며, 영상의 하단에 글자 하나가 떠오릅니다.
 
 
당시의 날짜를 가리키는 듯 흐릿하게 떠오른 글자는...1년 전의 오늘입니다.
 
 
당신은, 그제야 지금까지 서리가 내린듯 희뿌옅기만 하던 기억 하나가 마치 퍼즐조각처럼 맞달라 붙습니다.
 
 
1년 전, 돌이킬 수 없는 사고의 현장에 존재하던 것은 수호만이 아니었습니다.
 
 
수호와 당신, 두 사람이 함께 있었습니다.
 
 
당신을 제외한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던 그 참담한 사고의 현장에서, 수호는 당신을 끌어안고 죽었습니다.
 
 
오로지 당신을 살리기 위해…
 
 
몸이 다 회복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그 시점에서 말이에요.
 
 
이건… 주마등인 게 분명합니다.
 
 
인생의 주마등 속에서 사고의 진상을 목격한 당신,
 
 
이성 –10
 
 
일순 강한 충격과 함께 주마등이 돌아가던 공간이 산산이 부숴져내립니다.
 
 
삐―――.
 
 
무너져 내리는 공간 속에서, 조금은 길게 이어지는 기계음을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꼭 말단부위부터 심장까지 강한 전기가 흘렀다 사라지는 것만 같은 감각.
 
 
그 조각들과, 끊임없이 퍼붓는 빗소리에 한데 뒤엉켜있던 환각들이 이윽고 수몰됩니다.
 
 
.
 
 
.
 
 
.
 
 
당신은 흔들리는 버스 좌석에 앉은 채 눈을 떴습니다.
 
 
1년 전의 그 날, 수호는 당신을 끌어안고 대신 죽었던 겁니다.
 
 
황급히 고개를 돌리면, 수호는 창가에 머리를 기댄채 곤히 잠들어있습니다.
 
 
수호는 깊게 잠들어있는 것인지, 깨워도 좀처럼 일어나지 않습니다.
 
 
덜컹.
 
 
버스가 방지턱을 밟고 흔들립니다.
 
 
그에 맞춰, 짤그랑. 무언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미약한 금속음이 들려옵니다.
 
 
바닥을 살피니 회전목마 키링이 달려있는 작은 열쇠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열쇠라... 혹시 이건, 잠겨있는 2층으로 향할 수 있는 열쇠일지도 모르겠네요.
 
 
 
>열쇠를 사용하여 버스 2층으로 향할 수 있습니다
 
 
연시은:...
 
(2층으로 이동한다.)
 
 
2층으로 향할 수 있는 입구의 문에는 커다란 자물쇠가 걸려있는 것이 보입니다.
 
 
자물쇠에 열쇠를 끼워넣으니, 금속이 맞물려 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버스 2층이 개방되었습니다.
 
 
 
세번째 버스(2층)
 
 
버스의 2층으로 들어서면, 그 장소는 이상하게도 단촐한 방과 같은 형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내부에는 책상과 책장, 그리고 침대 하나가 놓여있네요.
 
 
 
[책상]과 [책장], [침대]를 살필 수 있습니다.
 
 
연시은:(책상을 살펴본다.)
 
 
 
[책상]
 
 
깔끔하게 정돈되어있는 책상 위에는 그 흔한 필기도구도, 책도, 사용감도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말끔하다 못해 쓸쓸해 보이는 책상 한가운데 반으로 접혀 있는 쪽지만을 한 장 발견합니다.
 
 
 
생과 사의 갈림길, 죽음이 머지 않은 영혼의 길을 인도하는 사자는 생전 그 사람이 가장 사랑했던 자의 얼굴로 나타나 여로를 안내한다.
 
 
 
[책장], [침대]를 살필 수 있습니다.
 
 
연시은:(책장을 살펴본다.)
 
 
 
[책장]
 
 
책장에는 책이 한가득 꽂혀있지만, 그 어느 것도 당신이 읽을 수 없는 것들 뿐입니다.
 
 
검은 색의 책등만이 마치 밤하늘처럼 빼곡이 즐비합니다.
 
 
 
<자료조사>,혹은 <관찰>판정
 
 
연시은:
관찰 Roll
기준치: 95/47/19
굴림: 8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책을 살짝씩 꺼냈다 꽂아보니, 책들 사이에 꽂혀있는 쪽지를 한 장 발견하였습니다.
 
 
 
죽음의 이름은 곧 다음 생으로 향하는 문이 열리기 전까지의 영원한 안식을 의미한다.
 
 
 
그 안식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사자는 산 자의 이름을 세 번 호명하게 된다.
 
 
 
세 번의 호명 끝에 산 자는 비로소 망자가 된다.
 
 
 
>[침대]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연시은:(침대를 살펴본다.)
 
 
 
[침대]
 
 
꼭 병원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병실용 침대입니다.
 
 
다가서면 커튼이 반쯤 쳐져있습니다.
 
 
커튼 위로 핀이 꽂힌 명찰 하나가 매달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명찰에는 '연시은 님'이라고 적혀있습니다.
 
 
문득 당신은 뼈를 치고 사라지는 기시감에 휩싸입니다.
 
 
조금 급한 손길로 커튼을 완전히 걷어내면 드러나는 것은 쓸쓸하기 짝이 없는 병실의 매트리스 침대.
 
 
침대 주변으로 즐비한 온갖 의료 장치들,
 
 
그 사이에 푸른색 담요를 덮고 누워있는 사람은 입가에 산소마스크를 뒤집어 쓴 채 눈을 감고 있습니다.
 
 
당신은 형용할 수 없었던 기시감의 정체와 마주합니다.
 
 
병상에 누워 끊임없이 즐비한 의료 기계들 틈 사이에서, 산소 호흡기를 뒤집어 쓴 채 실낱같은 생명을 부지하고 있는 그 사람은… 연시은, 당신입니다.
 
 
 
<듣기>판정
 
 
연시은:
듣기 Roll
기준치: 90/45/18
굴림: 1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삐―.
 
 
문득 아주 가까운 자리에서 익숙한 기계음이 터져나옵니다.
 
 
당신은 병상 옆에 자리하고 있는 심전도 기록장치를 발견하게 됩니다.
 
 
기록장치의 모니터 위로 미약한 파도같은 당신의 심전도 곡선이 출력되어 흐르고 있습니다.
 
 
마치 당장이라도 숨이 멎을 것만 같은, 연약하고도 미약한 곡선이요.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던 수많은 이명의 정체는,
 
 
심전도기록장치의 기계음 이었던 것입니다.
 
 
당신을 감싸안고 죽어버린 수호의 희생이 무색하게, 당신 또한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버스는 무언가요.
 
 
정말 내가 알고 있는 목적지로 향하고 있는 것이 맞는걸까요.
 
 
이성-6
 
 
여긴, 당신의 꿈 속이 아닙니다.
 
 
이 버스는, 스스로가 수몰되어가는 버스.
 
 
'영원한 안식'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타 있는 것은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
 
 
.
 
 
.
 
 
어쩐지 몸이 강하게 흔들리는 것만 같은 느낌에 눈을 감았다 떠올리면, 흐릿하고 침침한 시야 너머로 희기만 한 천장이 들어옵니다.
 
 
삐. 삐. 삐. 벨이 터지는 소리, 장치에서 터져나오는 다급한 기계음 소리, 위급한 환자의 위치를 알리는 병원의 방송 소리,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뭉개지고,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그리고 당신은, 다시 눈을 감습니다.
 
 
.
 
 
.
 
 
.
 
 
 
마지막 정류장
 
 
쏴아아.
 
 
고요하고 적막하게 수몰하는 세상을 울리는 빗소리.
 
 
부드럽게 머리칼을 쓸어주는 손길에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정류장입니다.
 
 
품에 안고 있는 국화꽃은 이제 생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히 시들어 있습니다.
 
 
안수호:일어났어?
 
 
연시은:...응...
 
 
귓가에 내려앉는 다정한 목소리. 당신은 또 다시 수호에게 기댄 채 잠들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고개를 들어올리면 아주 자연스럽게도, 정류장의 상단에 자리하고있는 버스 도착 안내 전광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금까지의 전광판과 다른 점이 있다면 조금의 노이즈도 끼어있지 않다는 것.
 
 
이제는 온전히 모든 글자들을 읽어낼 수 있다는 것.
 
 
 
인도자가 인도를 받을 자의 이름을 호명할 때, 마지막 버스가 도착합니다.
 
 
버스가 오는 신호는 수호와 당신, 누가 이름을 부르던 상관 없던 게 아니었던 겁니다.
 
 
그러고보면, 수호는 지금껏 당신의 이름을 잘 불러주지 않았었다는 사실이 떠오릅니다.
 
 
정류장에서, ‘버스가 도착하기 전’을 빼면 말이죠.
 
 
저 메시지에 따르면… 인도자는 수호.
 
 
인도를 받을 자는, 망자의 길에 들어선 자. 바로 당신임이 분명합니다.
 
 
당신은 옆에 있는 수호를 바라봅니다.
 
 
어찌된 일인지 수호는 당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습니다.
 
 
이제 마지막일텐데. 어째서.
 
 
당신은, 지금껏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수호의 표정을 마주합니다.
 
 
그는… 기뻐보입니다. 동시에 슬퍼보입니다.
 
 
한편으로 어딘지 홀가분해보이는 눈으로 당신을 봅니다.
 
 
수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펼친 우산을 당신에게로 기울입니다.
 
 
수호의 어깨가 젖어듭니다.
 
 
그제야 그가 입고있는 옷차림이 눈에 들어옵니다.
 
 
까만 정장이네요.
 
 
꼭, 세상이 말하는 인도자..그래, 저승사자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우산을 당신에게로 기울인 채 처연히 떨어지는 비를 맞던 수호는 나지막이 입술을 엽니다.
 
 
눈물같은 목소리가 허공을 가릅니다.
 
 
안수호:..좋은 밤이지?
 
 
그렇게 속삭인 수호가 당신에게로 손을 내밉니다.
 
 
사방은 어느새 컴컴해져있습니다.
 
 
안수호:목적지가 바뀌었어.
 
처음에 해줬던 말 있잖아.
 
도중에 길을 잃지 않도록, 네가 가야 할 목적지까지 내가 바래다 주겠다고 했었잖아.
 
건너편 정류장으로 넘어가자. 네게 꼭 전해야 할 말이 있어.
 
 
당신이 수호의 내민 손을 잡으면, 두 사람은 천천히 반대편 정류장을 향해 이동합니다.
 
 
발끝을 적시는 빗물은 기실 뜨거운지도, 차가운지도 모르겠습니다.
 
 
수호는 당신과 걸음 보폭을 맞추며 조심스레 말을 꺼냅니다.
 
 
안수호:내가 왜 네 앞에 나타났는지... 이제야 제대로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아.
 
우선.. 거짓말해서 미안해.
 
이제 알지도 모르지만..여긴 네 꿈 속이 아니야.
 
1년 전 오늘, 너랑 내가 함께 타고있던 버스가 빗길에 미끄러진 트럭이랑 추돌하는 사고가 있었어.
 
너는 곧장 병원에 옮겨졌지만.. 1년 째 혼수 상태에 빠져있는 상태고...
 
그, 믿길지는 모르겠지만..
 
 
안수호:네가 죽음에 가까워지니까, 네 영혼을 노리는 존재들이 있다는 걸 알게되었어.
 
네 영혼을 안전하게 인도하고 싶어서.. 내가 무언가의 존재와 계약을 통해 얻게 된 힘이 바로 이 공간이야.
 
내가 정류장에서 네 이름을 부르게 되면, 영혼을 이끄는 버스가 도착하게 돼.
 
그렇게 총 세 번을 불러서, 우리가 세번째 버스를 타게 되는 순간... 내 역할은 끝나게 되는거였는데....
 
생각 이상으로 말이야, 네 이름을 부를 때마다 너무 괴로웠어.
 
두 번째 버스에서는 있지, 마지막으로 네 이름을 불러야 하는 순간이 다가온다고 생각하니까..
 
 
안수호:참을 수가 없을 정도로 괴롭더라고. (애써 웃으며)
 
그래서 나도 모르게 울적해진 티를 내버렸나 봐.
 
그런데, 이제 더 네 이름을 부를 필요가 없어졌어.
 
 
수호가 당신을 향해 희미한 웃음을 지어보입니다.
 
 
연시은:...왜...?
 
 
안수호:널 다시 현실의 삶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방법이 생겼거든.
 
그 국화꽃다발 말이야, 네 생명 그 자체를 뜻하는 매개체같더라.
 
곧 이 정류장에 너를 돌려보내 줄 버스가 도착할거야.
 
그 꽃다발을 들고 버스에 오르면, 넌... 다시 현실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거야.
 
 
수호가 말을 끝마침과 동시에 두 사람은 건너편 정류장에 도착합니다.
 
 
모든 진상을 듣게 된 당신은.. 숨이 막혀옵니다.
 
 
억만겁의 슬픔 탓일까요, 아니면… 그렇게 말하는 너의 표정이 그 어느 때 보다도 더 기뻐 보여서 였을까요.
 
 
문득 수호의 어깨 너머로 희미한 불빛이 들어오는 전광판이 보입니다.
 
 
전광판의 메시지는 우리가 원래 앉아있던 반대편 정류장의 전광판 메시지와 그 내용이 상이합니다.
 
 
 
삶으로의 귀환. 삶으로 인도받을 자가 인도자의 이름을 부르면, 삶으로 향하는 생환 버스가 도착합니다.
 
 
전광판을 보던 당신은, 시선을 아래로 돌려 수호의 눈을 바라봅니다.
 
 
당신을 마주하는 수호의 눈가가 구슬피 빛나며 젖어들어가고 있습니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목소리로, 수호가 말합니다.
 

 

 
안수호:이제, 네가 내 이름을 불러야 할 차례야.
 
내 이름을 불러줘.
 
 
이제는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당신이 수호의 이름을 불러야 할 차례입니다.
 
 
 
>수호의 이름을 부른다
 
 
 
>수호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연시은:(수호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아니. 난 부를 수 없어.”
 
 
“절대 부를 수 없어...”
 
 
끝까지 자신의 이름을 호명하지 않는 당신을 바라보는 수호의 표정은 절망감에 젖어들고 있습니다.
 
 
절망이라는 한 단어로 감히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절망, 슬픔, 애절함, 초조함, 두려움, 그리고 그 감정의 혼돈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애정의 말로.
 
 
안수호:......
 
안돼. 넌...
 
넌..돌아가야지.
 
 
연시은:네가, 네가 없는 세상에...
 
나한테 무슨 의미가 있어?
 
 
안수호:그렇지 않아...
 
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어.
 
그 의미는 살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아..
 
 
연시은:아니, 없어...
 
네가 방법인데, 네가 없잖아.
 
 
수호는 손바닥에 얼굴을 묻습니다.
 
 
삶으로 돌아갈 생환 버스의 라이트가 켜지는 일은 없었습니다.
 
 
차가 우리 둘의 앞에 나타나는 일도 없어요.
 
 
나는 버스가 필요없고, 수호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으니까요.
 
 
수호가 없는 삶에 돌아가봤자 더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앞으로 영원히 이 수몰되는 세계에 갇혀 영생을 걷게 될지라도 상관 없습니다.
 
 
연시은:미안해...
 
 
그래서, 온 몸이 닳아 없어질지라도 상관 없습니다.
 
 
내 곁에는, 수호가 있으니까요.
 
 
안수호:그게..네 결정인거지?
 
...그렇지, 시은아?
 
 
수호의 참지 못한 눈물이 줄줄이 고여, 점점 더 깊은 아래로 떨어져만 갑니다.
 
 
시은아. 수호가 마지막, 세 번째로 부른 당신의 이름입니다.
 
 
세 번째로 내 이름을 호명한 나의 인도자, 나의 구원.... 수호가 웃습니다.
 
 
안수호:우리, 마지막 버스... 타러 가자.
 
 
연시은:...그래.
 
 
고통스러운 듯, 묘하게 찡그린 얼굴로 나를 향해 웃습니다.
 
 
연시은:가자, 우리....
 
 
우리는 다시 반대편 정류장으로 되돌아갑니다.
 
 
죽음으로 향하는 마지막 버스에 올라탑니다.
 
 
툭.
 
 
품에서 떨어진 국화꽃다발이 빗물 속을 나뒹굽니다.
 
 
아니, 이제 더 이상 국화 꽃이라고 부를 수 없겠지요…….
 
 
져버린 꽃을 다시 주울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건 수호와 함께 가는 것을 선택한, 당신의 생명의 매개체. 당신 그 자체기 때문입니다.
 
 
연시은:수호야.
 
 
안수호:..응?
 
 
연시은:사랑해......
 
 
안수호:....
 
 
수호는 당신을 향해, 살아생전 지었던 것과 같은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삐―.
 
 
그와 동시에. 이젠 익숙해진 기계음이 귀를 울립니다.
 
 
늘 듣던 것 보다, 조금 더 길게...
 
 
.
 
 
.
 
 
.
 
 
 
END2. 이곳은 내 사랑이 수몰할 세상.
 
 
 
안수호 영구 로스트
 
 
 
연시은 로스트
 
 
.
 
 
.
 
 
.
 
 
 
-ED1-
 
 
당신을 마주하는 수호의 눈가가 구슬피 빛나며 젖어들어가고 있습니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목소리로, 수호가 말합니다.
 
 

 

 
안수호:이제, 네가 내 이름을 불러야 할 차례야.
 
내 이름을 불러줘.
 
 
이제는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당신이 수호의 이름을 불러야 할 차례입니다.
 
 
 
>수호의 이름을 부른다
 
 
 
>수호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연시은:이건 정말... 잔인하다...(조용히 울음을 터뜨린다)
 
부르기 싫은데, 나는...
 
네가 해달라는 걸 해줄 수밖에 없잖아...
 
 
안수호:...진짜, 진짜 마지막 내 욕심이야.
 
(싱긋) 너라면.. 들어 줄 줄 알았어.
 
 
연시은:오늘이, 사무치게 후회될 날이 오겠지.
 
네 욕심을 저버리고 내 욕심을 내세울걸, 하고...
 
내 선택을 저주할 날이 올 테지만,
 
네가 웃으니까...
 
나는 후회하면서, 그리고 널 그리면서...
 
살아갈게.
 
 
연시은:네 인생을 함께 하듯 살게,
 
수호야...
 
 
"네 인생을 함께 하듯 살게."
 
 
"수호야."
 
 
당신은 떨리는 목소리로 수호의 이름을 부릅니다.
 
 
바람이 붑니다. 온전히 침체된 죽음의 여로 반대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어깨가 젖어듭니다.
 
 
바람이 이렇게 세차게 불면, 우산도 소용 없는 법입니다.
 
 
그러니, 지금 내 뺨을 타고 흐르는 것은 눈물이 아닌 빗물인 겁니다.
 
 
얼마 있지 않아 정류장 앞에 라이트를 켠 버스가 한 대 정차합니다.
 
 
버스의 번호는, 0131번.
 
 
안수호:있잖아, 이제 부를 수 있는걸까?
 
네 이름..
 
부르고 싶어.
 
하지만 혹여나 잘못 될까, 네가 다시 여기로 돌아올까...
 
망설여져서 부를 수가 없을 것 같아.
 
나..진짜 겁쟁이지?
 
 
그렇게 말하는 수호의 얼굴은, 이미 눈물로 잔뜩 젖어들어가 있습니다.
 
 
연시은:괜찮아.
 
나는... 네가 부르던 내 이름을 기억해.
 
네가 부르는 내 이름이
 
내 이름의 존재 이유처럼 늘 생각날 거야.
 
 
안수호:.......
 
 
버스의 출입구로 향한 당신은, 흠뻑 젖은 다리에 힘을 실어 그 위에 승차합니다.
 
 
연시은:수호야.
 
안수호.
 
 
안수호:응.
 
 
연시은:나는 네 이름을 이제, 닳도록 부를 수 있어.
 
안수호,
 
사랑해......
 
 
버스의 문이 닫힙니다.
 
 
당신은 급하게 뒷좌석으로 내달립니다.
 
 
창문을 열고, 우산을 든 채 당신을 올려다보는 수호와 두 눈을 마주합니다.
 

 

 
안수호:안녕.
 
나도 사랑해. 시은아.
 
 
연시은:또 보자,
 
수호야....
 
 
그렇게 말하는 수호에게 무어라고 답을 건네기도 전에 버스는 움직입니다.
 
 
수몰되는 세계에서, 수몰될 듯 슬프기만 한 버스가 빗길을 가르고 내달리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당신을 제외한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 버스 안.
 
 
어떻게 견뎌내라는 걸까요. 수호 없이 혼자 남은 이 허망한 공간을.
 
 
이제 옆자리에 더는 네가 없는데, 너 없는 삶 속에서 나는 억겁같은 하루를 견뎌내며 살아가야 할 텐데…
 
 
넘쳐 흐르는 슬픔에 턱 끝에 맺힌 눈물을 훔쳐냅니다.
 
 
뺨 위로 꽃잎처럼 흩어지는 눈물을 닦아내고, 또 닦아냅니다.
 
 
입술 바깥으로 침잠되어있던 고통이 터집니다.
 
 
많이 보고싶을 거야.
 
 
아주 아주 많이, 네가 보고 싶을 거야. 안수호.
 
 
눈물에 흠뻑 젖어든 소매는 하얗습니다.
 
 
어느새부턴가 환자복 차림입니다.
 
 
무거이 내려간 고개에, 품에 안겨있던 국화 꽃잎 위로 시선이 떨어집니다.
 
 
까맣게 시들어있던 국화는 물기를 머금어 생생합니다.
 
 
다시 피어난 겁니다. 나의 삶을 향해 되돌아가는 이 버스 안에서 말이에요.
 
 
그리고, 생기가 돌아오던 국화의 색이 점점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수호와 함께했을 그 때, 정류장에서 보았던 표지판이 문득 떠오릅니다.
 
 
붉은 국화의 꽃말은,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당신은 품 한가득 국화꽃다발을 끌어안습니다.
 
 
.
 
 
.
 
 
.
 
 
삐. 삐. 삐.
 
 
익숙하고도 적막한 빗소리, 그 틈 사이로 새어나오는 희미한 기계음에 눈꺼풀을 떠올립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흰 천장. 소독약 냄새. 밝은 빛.
 
 
바뀐 목적지에 도착한걸까요.
 
 
이 곳이 바로, 수호가 인도해준 나의 목적지입니다.
 
 
놀란 간호사의 목소리, 커튼을 치고 급히 들어서는 의사의 얼굴.
 
 
난잡하게 흐드러지는 내 삶의 빛.
 
 
네가 없는 너의 기일.
 
 
내가 살아 돌아온 비내리는 밤의 병실.
 
 
눈가에 고여있는 뜨거운 물기 탓에 눈이 아픕니다.
 
 
가슴에 담기 벅차고, 감은 눈 아래 떠올리기 힘들고, 그 삶이 짧았기에 찬란했고 슬픈 이름이 있습니다.
 
 
 
안녕, 안수호.
 
 
한 점 떨림 없이 애정이 담긴 목소리로 네 이름을 부르는 것.
 
 
 
END1. 그것이 내 사랑의 정의였다.
 
 
 
안수호 로스트
 
 
 
연시은 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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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 1에서 둘이 헤어지기 전,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장면을

pc로 열심히 뛰어 준 수리가 상황을 추가해서 써주었습니다...

로그 읽고나서 읽으면 아련함이 두 배...

https://posty.pe/hddl1a

 

 

 

 

----후기-----

 

엔딩 두 개 다 봤읍니다

우르롹끼~

개슬펐다